사드 '업그레이드' 계획 밝힌 미국
[정욱식 칼럼] 사드, 철수만이 답이다
사드 '업그레이드' 계획 밝힌 미국
미국이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THAAD)의 본격적인 업그레이드에 나서면서 한국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가까스로 봉합한 한중 간의 사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고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주한미군 합동긴급작전요구(United States Forces Korea Joint Emergent Operational Need)'라는 이름 하에 한국에 배치한 미사일 방어체제(MD) 통합 및 성능 향상에 나선 미국은 최근 그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존 힐 미국 미사일방어청(MDA) 청장은 10일 예산안 브리핑에서 3단계 계획을 밝혔다. 1단계는 "사드 발사대를 확대하거나 원격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드 포대에서 요격 미사일 발사대를 분리해 전방이나 후방으로 이동하거나 발사대를 추가로 배치해 "한반도에서 커다란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특히 힐은 "이것이 바로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요청했던 능력"이라며 "우리는 이 능력을 시험하고 입증해왔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2단계는 한국 내 배치된 사드 포대와 패트리엇 포대 사이의 연동성 강화이다. 사드와 함께 배치된 AN/TPY-2 레이더에서 수집한 정보를 패트리엇 포대로 전달해 요격 정보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이미 패트리엇-MSE의 전력화를 통해 요격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더해 "패트리엇 레이더보다 훨씬 멀리 볼 수 있는 AN/TPY-2 레이더를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3단계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드 발사대에 통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적시에 해당 위협에 맞춤형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가능성이다. 미군 입장에선 성주에 레이더를 붙박이로 놓고 사드 발사대를 추가적으로 도입해 평택 캠프 험프리, 오산 공군기지, 군산 공군기지 등과 같은 핵심적인 미군 기지에 배치하면 군사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힐은 "2021년 회계연도(2020년 10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말까지 모두 625개의 요격미사일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은 한국에 사드 요격미사일을 추가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추가적인 사드 배치는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3불(不)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2017년 10월 정부는 '사드를 추가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는 사드 대란에 시달리던 한중관계를 회복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미국이 추가적인 사드 배치를 타진해올 경우 한국의 딜레마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드는 끊임없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성주에 있는 AN/TPY-2 레이더를 한반도 밖의 MD 자산과 연동시켜 글로벌 MD의 일환으로 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 레이더를 미국 본토의 전략사령부와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 사령부에 있는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과 연동시키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C2BMC는 글로벌 MD의 '두뇌'이다. 이에 따라 성주 레이더가 이와 연동되면 한국은 미국 글로벌 MD의 최전방 기지가 되고 만다. 아직까지 미국 국방부는 이러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언제든 이를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 미국 MD의 핵심은 바로 '미국 방어'에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확장형 사드(THAAD-ER)'를 만들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요격용으로도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힐은 "미국은 본토 방어용 사드 요격 미사일 개발을 시작할 것"이라며, "요격 미사일의 사거리를 확대하면" "ICBM 요격용으로 매력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장 이러한 능력은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며 "2020년대 중반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확장형 사드는 기존 발사대에도 장착이 가능하다. 또한 ICBM을 비행 초기 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다층적 MD"를 추구해온 미국으로서는 이 요격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에 있는 사드 포대에 장착하는 옵션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한국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미국 MD에 편입되어왔다. 그런데 상기한 내용들이 하나 둘씩 현실화될수록 우리의 안정과 이익은 태풍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딜레마가 커지기 전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 사드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잠깐의 한미 관계 균열을 걱정해 이러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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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