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구의원, 성폭력 교육 강사에 "저런 X" 욕설 파문
'삼성 성희롱' 피해자 이은의 변호사 강의 도중 "내가 삼성맨인데…"
2019.09.20 16:28:39
한국당 구의원, 성폭력 교육 강사에 "저런 X" 욕설 파문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이 성폭력 예방교육 도중 여성 강사에게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 복수의 서대문구 구의원들에 따르면, 구의회는 전날인 19일 성폭력 사건 피해자 출신인 이은의 변호사를 초청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이 변호사는 과거 삼성전기에서 근무하다 직장내 성희롱을 당한 뒤 회사와 소송 끝에 승소했고, 이후 회사를 그만둔 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가 변호사가 됐다.

문제는 이 변호사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던 도중, 한국당 소속 최원석 구의원이 강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최 구의원은 '강의에서 삼성을 거론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강의에서 '삼성'이라는 기업 실명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다.

황당해진 이 변호사가 "공론화된 사실관계를 얘기하는 것이고 나는 여태껏 강의를 다 이렇게 해 왔다. 듣는 게 불편하면 나가셔도 된다"고 말하고 강의를 이어가려 했으나, 최 구의원은 재차 "듣는 사람이 불편하다고 하면 그렇게 안 하면 되지"라며 "내가 삼성맨"이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변호사에게 "삼성 몇 기냐"고 묻기도 했다.

최 구의원의 행동이 이의 제기 수준을 넘어서자 주변 구의원들의 만류로 최 구의원은 강의장을 이석했다. 현장을 목격한 복수의 구의원들은 최 구의원이 이 과정에서 이 변호사를 지칭해 'X'이라는 상식 이하의 욕설을 했다고 증언했다. 한 구의원은 "'X'이라는 욕설은 '이X', '저X' 등 분명히 2회 이상 하는 것을 제가 직접 들었다"고 했다. 다른 구의원은 "다른 사람들이 말려서 강의장을 떠나면서 '뭐 저런 X이 다 있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최 구의원은 과거 여러 삼성 계열사에서 일했고, 동료 구의원들에게도 평소 자신이 기업에서 일할 때의 무용담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당이 아닌 한 야당 소속 구의원은 "삼성을 오래 다녀서 (강의를 듣기) 불편하다고 하는 건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이재용 부회장도 아닌데 저런 반응까지 보인 건 이상했다"며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이 변호사에게 달려들어 위해라도 가할 기세였다"고 말했다.

최 구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그 사건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욕설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 "욕설한 적 없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욕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의 중 봉변을 당한 이 변호사는 최 구의원의 퇴장 후 강의를 마친 뒤 한국당 서대문구갑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 항의했다.

이 변호사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모욕·업무방해 혐의 고소 등 민형사상 조치와 양성평등진흥원 진정, 구의회 공식 항의 등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 (최 구의원이) 명예훼손 소송을 낸다면 무고도 해당될 것"이라며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이자 변호사인) 저에게조차 이렇게 하는데 이 분이 과연 저에게만 이러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한탄했다.

이 변호사는 "저나 다른 의회 직원, 구민들에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구의회나 한국당 차원에서 마련해둔 매뉴얼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다. 구의회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의회는 현재까지는 별다른 조치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희 의장과 소관 상임위인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운영위원장은 이날 "바로 어제 발생한 일이고, 구의회 회기 중이라 아직 미처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사건 처리 방침은) 의장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대문갑이 지역구인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좋은 취지에서 마련된 강연인데, 본인이 듣기 싫으면 나가면 될 일을 강사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선 한국당에서 처리할 문제이고, (최 구의원) 본인이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구의회에서도 문제를 삼아야 할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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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