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전' 진영 정치, 그들만의 '적대적 공생'
[최창렬 칼럼] 검찰개혁 넘어 사회개혁으로
'조국 대전' 진영 정치, 그들만의 '적대적 공생'
조국 장관 임명 후에도 논란과 파장, 긴장은 정치사회적 스트레스로 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사모펀드, 웅동학원, 장학금, 논문 의혹 등 어느 하나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집권세력 핵심과 검찰의 갈등은 일정기간 구조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당위에 기대어 검찰을 압박하는 구도지만, 그립은 약해 보이고 오히려 검찰이 정의로워 보이는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조국 관련 이슈는 몇 가지 중대한 함의를 던지고 있다. 
 
우선 조국 사태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계급의 상층에 포진하고 있는 집단들은 여전한 사회적 지배계급이다. 이 사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념과 무관하게 한국 기득권의 삶의 방식이 서민의 그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들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한국사회의 기득권들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질감은 물론 적대적 무력감과 패배감을 느낀다. 사회개혁을 주도해야 할 권력 핵심이, 그것도 검찰개혁이라는 지난한 작업의 선봉에 서야 할 인사가 편법과 위선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실에서 진보의 민낯과 기득권의 허위의식을 봤던 것이다. 
 
둘째, 조국 임명을 둘러 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치는 두 적대 세력이 공존하면서 서로를 강화시킨다는 적대적 공생의 한국정치 문법을 그대로 보여줬다. 조국 임명에 대한 여론이 한 곳으로 쏠리는 민심 형성도 예상외로 부진하다. 조국 반대 여론이 임명 전이나 후나 높지만 압도적 우위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조국에 대한 찬반이 진영논리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프레임 정치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5·18 민주화 운동과 세월호 참사를 폄훼하고 망언을 일삼으며 박근혜 탄핵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한국당을 수구냉전 세력으로 비판하는 세력은 꼭 조국 장관 임명을 지지해야 하는가? 장관 후보자 검증의 차원을 넘는 진영논리는 합리성과 보편성에 입각한 상식의 공간을 무너뜨렸다. 

태극기로 상징되는 극단적 냉전 세력과 강고한 결집을 보이는 집권세력 지지층 등 양 극단의 세력은 어떠한 이슈에도 자신의 진영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극단의 정치 그 자체다. 이 사이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옳고 그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세력의 설 땅은 점점 협소해진다. 공론과 건강한 담론이 발붙일 공간은 사라지고 만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면 실질적 민주주의는 요원한 구호에 불과하다. 진보적 의제가 사회구성원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으려면 권력 핵심의 행동준거가 최소한의 공정과 정의에 위배되지 않는 규범을 보여야 한다. 한국당 등 수구냉전 세력에게 유리할 것이기 때문에 조국 장관을 지지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셋째, 포스트 조국 장관 임명 정국의 전개를 예단하기 어렵다. 정치를 생물이라고 하지만, 수사도 생물이라고 한다. 수사 결과는 정국에 태풍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싱겁게 집권 측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될 수 있다. 당연히 검찰개혁과 맞물릴 수밖에 없고, 선거공학과도 직결된다. 
 
혐오와 적대가 지배하고, 증오와 대립의 언어가 난무하는 사회가 '열린사회'일 수 없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장관으로서의 검증 절차가 진영 대결로 변하면서 한국사회는 정상의 모습을 상실했었다. 그러나 그 비정상은 장관 임명 후에도 진행 중이며 미래진행형이기도 하다. 
 
해방공간의 적대적 좌우익의 대립은 반공을 국시로 하면서 친미로 신분세탁에 성공한 친일들의 역사왜곡과 냉전에 편승한 반공주의자들의 '빨갱이론'의 낙인찍기와 무관치 않다. 한국 현대사 비극의 기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아직도 극단의 편향이 공론장을 석권하고, 중간지대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반지성의 영역이 지배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조국 장관 관련 수사의 역동적 관계가 전개되는 방향에 따라 향후 정치지형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적대적 대립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행태는 이번 사태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양 극의 세력들은 역사와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 그들의 적대가 역사를 뒤틀리게 하고 진정한 개혁을 멀게 만든다. 
 
검찰개혁을 넘어 기득권 구조를 해체할 사회구조 개혁을 견인하려면 좁은 의미의 검찰개혁에 갇혀선 안 된다. 백성과 신민이 주권자로서 인식되지 않았던 왕조시대에도 민심은 천심이었다. 민의에 대한 오판은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총선 결과를 만들어 내곤 했다. 결국 내년 선거가 조국 사태를 최종 평가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ccr21@hanmail.net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