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시대에 맞서는 영국의 출산 파업
[함께 사는 길] 기후 위기, 해결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가
멸종 위기 시대에 맞서는 영국의 출산 파업
세계 곳곳에서 폭염을 동반한 이상기후 현상에 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북극권에 가까운 미국 알래스카 주의 최대 도시 앵커리지는 50년 만에 최고 낮 기온 온도를 갈아치웠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7월 4일(현지 시간) 오후 5시, 앵커리지 국제공항이 사상 처음으로 화씨 90도(섭씨 32.2도)를 공식 기록했다. 이는 1952년 알래스카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기온이라고 한다. 앵커리지뿐만 아니다. 4일 오후 기준 케나이(섭씨 31.1도), 킹새먼(섭씨 31.7도) 등 알래스카 주의 다른 도시들도 높은 기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에서 발생하는 기록적인 폭염 현상을 두고 '열돔 현상(뜨거운 공기가 지면에 갇히는 상태)'과 해빙 감소 및 북극해 온난화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 지난 3월 14일 이탈리아 북부 산레모 지역 학생들이 기후 위기 해결을 촉구하며 시위를 진행했다. ⓒTommi Boom


세계 곳곳 역대 최고 기온 갱신


유럽도 최악의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6월 28일 남부 가르지역의 갈라르그 르 몽튜 마을의 낮 기온이 섭씨 45.9도까지 올라가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프랑스 기상국은 남부 4개의 행정구역에 즉각 적색경보를 발령했고 일부 지역의 학교에는 휴교 조치를 내렸다. 프랑스의 종전 최고기온은 2003년 8월에 측정된 섭씨 44.1도로, 당시 1만 5000여 명이 고온 질환으로 사망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6월 26일 폴란드 국경 인근 코스첸에서 섭씨 38.6도를 기록하며 6월 최고 기온을 찍었다. 여름 평균 최고 기온이 섭씨 25도 수준에 머물던 독일은 일반 가정집은 물론 지하철, 학교와 같은 공공시설에 냉방장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취약 계층의 고열 질환을 염려한 독일 당국은 일부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밖에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기록적인 폭염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유럽 폭염 사태를 두고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가 북상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기후 변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공부보다 중요한 우리의 미래

2018년 8월, 스웨덴의 16세 학생 그레타 툰베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행동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과 폭염에 참다못한 그는 정부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면서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 찾아가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언론을 통해 그의 활동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이라는 해시태그가 SNS상에 퍼졌다. 그레타의 행동에 공감한 스웨덴,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지의 청소년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금요일 학교를 박차고 거리에 나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기세를 이어 올해 두 차례 대규모 학교 동맹 파업이 전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3월 15일에는 2378개 도시에서 188만여 명의 학생들이, 5월 24일에는 1664개 도시에서 10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5월에 있던 파업에는 한국 10대 100여 명도 동참했다. 이들은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5.24 청소년 기후변화 해결 촉구 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개최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대중들에게도 기후변화에 대해 행동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한국이 '기후악당국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지난 3월 9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기후 위기 해결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Miriam Hauertman


멸종 위기 시대에 맞서는 출산 파업

영국의 사회운동가이자 뮤지션인 블라이스 페피노는 지난해 말부터 기후변화 해결 없이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출산 파업(Birth Strike)' 운동에 돌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지난 3월에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지금의 파트너를 만난 지 5일 만에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싶던 그는 지난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단체가 기후 위기에 대해 알리는 강연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특별 보고서를 접하면서 큰 충격에 휩싸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단 11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을 갖고 싶어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작금의 현실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없이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파트너에게 자기 생각을 알리고, 자신과 같은 결정을 내린 이들을 모아 출산 파업 운동을 조직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해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140여 명의 이들이 단 2주 만에 모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멸종저항 운동의 일원이기도 하다. 페피노는 출산 파업이 '반출생주의(anti-natalism, 인류는 지구와 자연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이므로 출산을 중단하고 지구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사상)'과는 결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출산 파업의 목적은 이미 아이를 가진 사람을 비난하거나 아이를 갖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의 시급성을 알리고 정치적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인구감소는 비효율적인 전략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7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the USA)>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출산율과 사망률을 조정해 세계 인구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도출한 결과 인구 감소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신에 급증하는 천연자원의 소비를 막는 정책과 기술이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즉각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페피노는 이를 두고 "인구 감소를 주장하는 급진적이고 엄격한 우생학적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우리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 해결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가

이처럼 폭염을 비롯한 전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에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은 나이,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거리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사람들을 조직하고 토론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기업이 기후변화에 책임을 지고 획기적인 정책 개선과 빠른 이행을 통해 전반적인 사회 구조를 바꾸도록 요구함과 동시에 개인의 편의에 극화된 소비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낌없이 쓰는 전기, 일회용품처럼 쉽게 사고 버리는 옷가지, 육식 위주의 식습관 등.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입고, 즐기는 것들을 구성하는 소비의 총체가 오늘을 만들었다. 기후 위기, 해결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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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