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을 닮고 싶은" 젊은 정치인의 다짐
[노회찬 1주기 추모의 글] ③ 이기중 관악구 의원
"노회찬을 닮고 싶은" 젊은 정치인의 다짐

노회찬 의원님, 어느새 의원님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1년이 다되어 갑니다. 며칠 전에는 국회를 다룬 드라마에서 의원님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을 보고 울었습니다. 더 이상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맘때가 되니까 의원님 생각이 많이 나네요.

의원님과 함께 몇 번의 선거를 치렀으면서도 괜히 말 붙이기가 어려웠지요. 그래도 몇 번의 대화가 기억이 납니다.

2012년 총선을 마치고 의원님께 주례를 부탁드렸을 때, '내가 자네 주례 서려고 이번에 국회의원 당선됐잖아'라고 농담을 하셨지요. 제 결혼식날에는 사회자가 늦게와서 결혼식을 늦게 시작하자 '우리는 오늘 결혼식에는 사회자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조크로 하객들을 모두 웃게 하셨습니다.

제가 아이가 생겼을 때 '좋기도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라고 했을 때, '그래도 아이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라고 하셨던 말씀도 떠오릅니다. 나중에 의원님에게 있지도 않은 딸에 대한 루머가 돌았을 때 '아무리 속을 썩이더라도 자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으신 걸 보면서, 그때 그 이야기가 얼마나 쓸쓸한 것이었는지 알았습니다.

제가 출마했던 세 번의 선거에서 모두 지원 유세를 와주셨고, 작년 선거에서 제가 당선되었을 때, 새벽에 축하전화를 하셨습니다. 저는 잠에 취해서 의원님께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네, 네만 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의원님과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지금도 그날 제대로 하지 못한 얘기가 못내 마음에 남습니다. 의원님처럼 되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했고, 의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앞으로 의원님 같은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의원님이 떠나신 날, 처음엔 그저 멍했고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씀에 통곡했습니다. 그래본 적이 없는데, 그럴 수 있을까...

어렵고 낯선 얘기만 가득할 것 같은 진보정치에서, 의원님은 늘 친근한 비유와 따뜻한 유머로 국민에게 위안을 주는 유일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국민들이 의원님 가시는 길에 함께 슬퍼했습니다. 저도 늘 의원님처럼 말하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소수정당의 정치인으로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매일 절감합니다.

앞으로도 의원님이 많이 보고 싶고 그리울 것 같습니다. 답답한 정치에 웃음을 잃을 때, 7월의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에 내리쬘 때, 그리고 의원님이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보냈던 여성의날이나 공휴일로 만드는데 공헌하신 한글날에도요.

저는 관악구의원이 되고 첫 의원발의로 한자 '議'자 배지를 한글 '의회'로 바꿨습니다. 의원님이 국회의원 배지를 한글로 바꾼 것을 따라간 것이지요. 발의서명을 받으면서 의원님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른 당 의원들도 모두 의원님을 좋아했고, 존경했고, 함께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래서 의원전원의 공동발의로 통과시킬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의원님의 뒤를 따르는 큰 의미를 담은 개정안이었습니다.

최근 정의당은 당직선거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수많은 청년 후보들이 목소리를 내며 출마했습니다. 항상 청년의 목소리를 귀하게 여기고 경청했던 의원님이 가장 기뻐할 모습입니다. 의원님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정의당은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당신이 바라본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노회찬이 꿈꾸었던 노동이 당당한 나라,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정의당은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노회찬 의원님, 지켜봐주세요. 고맙습니다.


(프레시안은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와 함께 노회찬 서거 1주기 추모주간(7월 15일-28일)을 맞아 추모글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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