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받지 않는 '살인기업', 이러다 또 죽는다
[기고] 올해에만 6명의 노동자가 죽은 부산 엘리베이터
처벌받지 않는 '살인기업', 이러다 또 죽는다

2019년 7월 10일 부산 동래구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작업 중인 수리 노동자 한명 추락사. 

2019년 6월 6일 부산 기장군 아파트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청소 노동자 두 명 추락사.
2019년 3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수리 노동자 두 명 추락사.
2019년 3월 11일 부산에서 엘리베이터 수리 노동자 한 명 추락사.

우리는 비슷한 이유로 노동자가 계속 죽으면 그 죽음을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 부른다. 기업은 처음의 사고를 분석하여 다음의 죽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방할 수 없는 사고까지 책임지라는 게 아니다. 예방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그것을 방기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살인'이라 명했다.

우리만 억지 부리는 건가? 아니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에서는 이미 이름에 '살인'이라는 단어가 붙은, 기업을 처벌하는 법이 시행 중이다. 기업이 이윤 추구 때문에 죽음을 막지 않는다면 국가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죽음이 예정된 시민이자 노동자의 생명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망 노동자 10명 중 3명만 언론에 보도돼

우리는 왜 뻔히 보이는 죽음을 예방하지 못할까? 불과 다섯 달 만에 같은 업종에서 일하던 노동자 6명이 죽었다. 이게 다일까. 아니다. 이건 언론에만 나온 죽음이다. 노동자의 죽음이 오로지 죽은 자의 책임이라던 사회에, 끊임없이 기업의 책임을 물어온 시민단체 노동건강연대는 노동자의 죽음이 얼마나 보도되고 있는지 2018년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사망 노동자의 단 30%만이 보도되고 있었다. 나머지 70%의 죽음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외면된 죽음인 셈이다.

올해만 6명이 죽은 부산 엘리베이터 설치 및 수리 노동자 이야기를 해보자. 고용노동부는 엘리베이터 설치 및 수리 노동자 사망의 심각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올해 6월 10일,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나흘 전 두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던 부산 건설현장을 들여다봤다.

감독 결과, 안전난간 미설치, 작업발판 파손 등 설치불량, 동바리전용핀 미사용, 굴착사면 빗물 침투 붕괴 방지조치 미실시 등 21건을 사법처리하고 다른 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과태료 3440만 원을 부과했다.

기본적인 법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그 기업은 사람이 죽고 나서야 그 기본을 안 지켰다며 3440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됐다. 이건 고의적 '살인'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궁금하다. 고용노동부의 정책은 왜 매번 예방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현대제철에서 노동자가 계속 죽어나갈 때도,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계속 죽어나갈 때도 노동부는 현장에 특별근로감독을 나갔다. 하지만 감독 중에도 사람은 죽어나갔다.

제도가 제도로서만 존재하는 현실

노동건강연대에서 활동하는 나는 산업재해 관련해서 공무원을 만날 일이 많다. 그리고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이나, 다쳐서 일을 못하는 노동자를 만날 일도 많다. 그래서 그 둘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안다.

제도는 제도로서만 존재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가 일하는 현실에선 제도의 존재감이 부재한다. 특히 위험한 현장일수록 더욱 그렇다. 극도로 외주화된 위험은 법과 제도조차 현장에 닿지 않게 만들었다. 기업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는 유족들은 늘 '고인이 일하던 공간이 그렇게 위험했는지 몰랐다'고 한다. 매번 정부는 누군가가 죽어야 그 곳에 가서 위험함을 확인할 뿐이다. 사람이 죽어도 책임지는 자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나마 처벌 받는 대상은 하청 사슬의 끄트머리에서 위험하게 매달려 위험을 개선할 힘이 없는 말단 책임자일 뿐이다. 그것이 제도는 제로로서만 존재하는 지금의 현실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2019년 7월 10일의 부산 현대엘리베이터 협착 사망 사고 현장은 대림산업이 발주처이다. 매년 노동건강연대가 주최하는 살인기업선정식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이다. 2007년 살인기업 2위, 2010년 살인기업 2위, 2011 살인기업 5위, 2014년 살인기업 2위, 2017년 살인기업 3위, 2018년 대림산업 2위, 2019년 대림산업 3위.

그래서 묻는다. 오늘도 내일도 죽을 노동자를 위해 지금 당장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위험은 하청에, 외주에 전가하고 책임지지 않는 기업은 그냥 둘 것인가.

기업살인법을 당장에 도입하자고 하면 늘 듣는 대답이 있다. '한국의 법체계상 바꾸기가 힘들다'. 한국의 행정 운영상 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도의 한계 때문에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도는 인간이 만든다. 제도를 핑계로 중요한 가치, 즉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다루면 안 된다.

사람이 사는 사회

지하철 구의역에서 김군이 죽었을 때, 나는 그의 죽음이 세 번째였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비슷한 죽음의 반복이었다. 2인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기본 규정을 지키지 않아 죽은 김용균 씨 사건을 접했을 때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기본 규정에 분개했다.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기업살인법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사는 사회가 '사람이 죽는 사회'가 아닌 '사람이 사는 사회'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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