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더블 딥' 가능성...어떻게 극복할까?
[정욱식 칼럼] 북미 협상, 문제는 미국
북미 협상 '더블 딥' 가능성...어떻게 극복할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이다. 지난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입장을 종합해보면 이러한 평가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국내외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폐기'가 아닌 '동결'로 골대를 옮기려고 한다는 식의 평가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낸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목표치를 낮추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의 과욕은 결과적으로 북핵 해결 실패로 귀결되면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악시오스> 보도 확인해준 미국 국무부


나는 앞선 글에서 2일 자 미 매체 <악시오스>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을 보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판문점 번개팅을 거치면서 미국의 입장이 유연해진 것이 아니라 '하노이 노딜'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오보이길 바랐다. (☞관련 기사 : "유연성 암시" <악시오스> 보도, 실제 그런가?)

그런데 9일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악시오스>가 보도한 내용과 거의 동일한 입장을 제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비건과 긴밀하게 소통해오고 있다며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고 우리는 분명히 북한 WMD의 완전한 제거를 원한다"는 것이다. 'FFVD나 CVID'를 쓰든 관계없이 명확한 것은 "WMD의 완전한 제거"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하나는 "(WMD) 동결은 절대로 과정의 해결이나 끝이 될 수 없다"며, "미국 행정부는 동결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 동결은 과정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WMD 제거를 최종 목표(출구)로 삼으면서 동결을 시작(입구)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하노이 노딜 때부터 줄곧 밝혀온 것이다. 일단 미국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입장은 변한 게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출구는 물론이고 입구에서조차도 북미간의 교집합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블 딥',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경제학에 '더블 딥(double dip)'이라는 말이 있다. 불황에 빠졌던 경기가 단기간 회복했다가 다시 불황에 빠지는 상태를 일컫는 용어이다. 북미관계가 이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하노이 노딜이 1차 불황이었다면 판문점 회동은 회복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미국이 앞으로도 상기한 입장을 고수하면 회복기는 짧아지고 또다시 불황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미국에겐 선택과 집중을 요구해야 한다. 깨지기 쉬운 비핵화의 그릇에 자꾸 모난 돌을 썩으면 그릇이 깨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문제는 북미공동성명 이행이 상당 부분 진행된 다음에 다뤄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가령 남북한이 판문점 선언에서 "단계적 군축"에 합의한 만큼 남북관계 차원에서 다룰 수도 있다. 또한 한반도 평화협정에 "북한은 생물무기금지협약(BWC) 가입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이며 (아직 가입하지 않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언제까지 가입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을 담을 수도 있다.

북한을 상대로도 용단을 촉구해야 한다. 비핵화 북한 측 의무의 핵심인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를 자꾸 뒤로 미루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한과 방식을 제안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남북대화만으로는 이러한 입장 전달이 여의치 않다면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 강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용단을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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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