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하나로', 대통령 공약은 이행되고 있는가?
철도하나로운동본부 출범 "민영화 대신 철도 통합이 새시대 과제"
2019.06.28 08:49:04
'철도 하나로', 대통령 공약은 이행되고 있는가?
철도산업 구조개편은 노태우 정부 시기부터 추진됐다. 1989년 12월 한국철도공사법이 처음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장기간 큰 비용 등의 이유로 철도청 공사화 방침은 추진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해 철도에 본격적으로 민영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는 IMF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철도청을 철도 기반시설(공단)과 운영(공사) 담당 공사로 쪼개 민영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는 결국 노무현 정부 들어 한국철도시설공단(2004년 1월)과 한국철도공사(2005년 1월)의 상하분리 공사·공단 형태로 철도청을 나뉘는 방안으로 확정됐다. 

철도의 운영과 시설 주체가 쪼개졌다. 이른바 철도 '상하 분리'다. 

철도 상하 분리의 가장 큰 폐해로 전문가들은 안전 위협 증가를 꼽는다. 지난해 큰 파장을 일으킨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시설공단의 신호장치 설비 오류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오류가 시공과 감리, 시험운행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고 초반부터 명확한 책임 주체는 없었다. 시설과 운영 주체 사고 원인 파악을 두고 우왕좌왕했다. '사고 조사'조차 사실상 협의 없이 진행되기 어렵다. 시공을 맡은 철도시설공단과 운영을 책임진 철도공사 간 유기적 협력 체계는 불완전하다. 철도노조 측은 지난 2017년 경의선 가좌역 노반붕괴사고, 2009년 경의선 타워크레인 전도사고 등의 근본 원인도 철도 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하 분리 다음엔 아예 철도 일부를 떼 민간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의 '철도 민영화' 추진 움직임이 뒤따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수익성 제고를 이유로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려 했다. 당초 정부 측은 민간 건설사 측에 신설 KTX의 시공과 운영을 맡기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코레일과 민영 회사가 경쟁토록 한다는 취지이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했다. 이를테면 '서울-대구' 노선과 '서울-춘천' 노선의 경쟁이 무의미한 것은 상식적이다. (관련기사 : KTX 민영화, 강릉선이 수상하다)

민간에 철도를 떼 주는 방안이 무산되자, 정부는 '우회로'를 뚫었다. 같은 선로에서 두 운영사를 경쟁하도록 하는 기형적인 방식이 등장했다. 이를테면 '서울-부산' 노선에 두 개의 운영사가 여객 운송을 하는 방식이다. '수서발KTX' 설립 추진이 시작됐다. 2013년 철도파업의 원인이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로 상징되는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철도노조의 투쟁에 유입됐다. '철도 공공성 악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민영화 논란이 거세졌다.  

그러자 정부는 새로 생길 '수서발KTX'의 지분 절반 이상을 코레일과 공공기관 등이 보유할 것이므로,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모회사와 자회사가 한 노선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경쟁'이란 말이 '정명'을 잃었다. 이렇게 해서 지난 2013년 출범시킨 것이 철도공사의 출자회사 SR이다. 2016년 12월부터 SRT가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 철도가 KTX와 SRT로 분리 운영되는 배경이다. 

SRT는 이후 '취업 비리' 스캔들에 시달렸고, 정부는 SR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두 개의 공공기관이 한 노선에서 달리고 있다. 민영화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정부가 'SRT'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고속철 회사는 민간회사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 '철도 공공성 강화' 공약, 이행 상황은?

이처럼 '철도 민영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섰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6년 5월 철도노조와 "경쟁체제란 이름 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철도 공공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해야 하느냐"고 공개 질의한데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며 "시설관리-유지보수 분리에 따라 사고가 증가하는 등 철도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유럽 각국이 규모의경제와 시너지효과를 기대해 (상하) 통합으로 가고 있는바, (통합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KTX와 SRT 통합, 철도 상하 통합(철도하나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 "철도 공공성 강화, 세계 3위 고속철 육성 등 철의 실크로드에 대비하겠습니다"라고 적어 넣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SR과 코레일 통합 관련 질문에 “SRT 경쟁 도입으로 요금인하 등 긍정적인 측면과 철도공사 경영악화 등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행 경쟁체제의 장단점을 종합 검토해 경쟁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했다. 

현재 이행 상황은 어떨까? 철도 상하 통합, KTX와 SRT 통합(철도 하나로)은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이 무색해진다. 

27일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이 제작한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 점검 시스템인 '문재인미터'를 확인해 보면 13대 공약 메인 약속 131. "철도 공공성 강화, 세계 3위 고속철 육성 등 철의 실크로드에 대비하겠습니다" 부분에서는 세부약속 7개 중 "공공성 강화하여 국민부담 경감 추진"은 '평가할 수 없음'으로 나온다. 공약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철도하나로' 운동이 출범하게 된 배경이다. 철도하나로 운동은 철도 상하 재통합, KTX-SRT 통합으로 남북철도, 대륙철도의 기반을 다짐과 함께,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대륙 철도 시대 준비하겠다는 정부, 준비는 제대로 되고 있나?

철도하나로 범국민운동본부(철도하나로 운동본부)는 지난 4월 10일 철도 공공성 회복과 수서고속철도(SRT) 통합,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건설을 비전으로 내걸고 출범했다. 대륙철도시대가 코앞에 온 만큼, 과거처럼 분리와 민영화가 아닌 철도 통합이 철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정의당과 민중당, 녹색당,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의 정당과 민생경제연구소, 한국청년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25개 단체가 참여한 조직이다. 

철도하나로 운동은 철도 공공성 회복을 위해 민간 기업의 이윤 추구 잣대와 다른 공공성 잣대로 철도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철도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돈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동권'을 인간 보편의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는 철학도 공유한다. 철도하나로 운동본부는 적자 노선 감축, 운행 편수 감소, 사회적 약자 할인 폐지, 벽지 노선 공익서비스 비용 감축 등 현재 철도 이윤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되는 조치들은 철도 공공성을 포기하는 민영화 논리라고 주장한다. 친환경 운송수단으로서 철도의 공공성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당시 제시한 철도 공공성 강화 공약을 지금부터라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도의 사회적 비용은 도로 비용의 2.5%에 불과하다. 2005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철도의 에너지 효율성은 승용차의 18배, 버스의 3.9배, 화물트럭의 8.8배에 달한다. 철도가 도로에 비해 훨씬 적은 면적으로 대량 수송을 담당할 수 있어 국토 이용률 측면에서도 더 친환경적이다. 

또한 '대륙 철도 시대'를 맞아 철도의 '영토'가 넓어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의 철도 통제는 필수적이다. 철도하나로 운동본부는 "남북철도 공동조사사업이 실시됐고, 남북간 열차 운행이 현실화할 날이 멀지 않았다"며 "대륙철도시대는 곧 본격적인 철도 국제 경쟁 시대의 막이 오름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와 중국 등 거대 철도강국 사이에서 한국이 철도 강소국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철도 전반을 관장하는 철도·물류·환경·에너지 종합 기업의 위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철도 공약 이행, 그 첫걸음은  KTX와 SRT 통합"

철도 공공성 강화 및 대륙 철도 시대 대비를 위해서는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 필수적이다. 

그 첫걸음은 KTX와 SRT를 통합이다. 철도하나로 운동본부는 "고속철도 분리는 허울뿐인 경쟁 체제"였다며 "서울역과 수서역은 애초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강남권 시민이 코앞의 수서역을 두고 일부러 서울역까지 올 이유가 없는 만큼, 고속철도가 출발역을 거점으로 독점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7년 1월 SRT 승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강남권 고속열차 이용객의 88.1%가 SRT를 선택한 이유로 운임이나 서비스가 아닌 접근성을 꼽았다. 두 노선 이용객이 분리된 것은, 국토부가 SRT 분리의 이유로 든 철도 경쟁 논리의 근거가 부실했음을 드러낸 결과다. 이들은 "오히려 선로배분 경쟁만 일어나 경부·호남선은 SRX와 선로배분으로 인해 열차와 좌석이 부족하고, 경전·동해선은 좌석이 남아도는 불균형이 커졌다"며 "철도를 통합 운영한다면 경부·호남선 KTX를 증편해 좌석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경전·동해·전라선 SRT를 증편해 노선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고속철도가 통합돼 수서발 KTX가 운행한다면 현재 수서에서 여수·창원·포항 등지로 가는 88만여 명의 시민이 이들 지역으로 (환승하지 않고) 직통 이동할 수 있어 연간 53억5000만 원의 시간 절감 편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노선에도 운영사가 코레일과 SR로 분리됨에 따라 안전관리마저 이원화돼, 열차 위험은 더 커졌다고도 본부는 지적했다. 코레일과 SR은 별도의 운전규정을 운영 중이라 긴급 상황 발생 시 혼란이 불가피하다. SR이 차량 정비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함에 따라 발생하는 갈등도 손에 잡히지 않는 비용이 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할 시 SR은 코레일의 정비 불량을 이유로, 코레일은 SR의 운영 미숙을 이유로 각자 책임 소지를 떠넘길 우려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현 정부 이후 극단적인 민영화 추진 정부가 들어설 경우 분리된 노선 일부가 바로 민영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덩치가 작은 두 기업의 인수 비용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철도 상하 재통합' 착수도 시급한 과제다. 상하 분리를 통해 철도를 운영했던 프랑스는 이미 그 폐해를 절감하고 지난 2012년부터 '상하 재통합'을 진행중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크게 만든다면 철도 요금 인하, 만성적 좌석부족 현상 해소 등의 긍정적 효과가 커진다는 게 철도하나로 운동본부의 주장이다. 

▲ 보수 정권에서 철도 경쟁력 강화 논리는 분리와 민영화였다. 이제 통합이 경쟁력 강화 논리가 됐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철도하나로운동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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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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