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 흔적을 답사할 이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
[프레시안 books]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
2019.05.08 14:04:15
항일운동 흔적을 답사할 이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
최근 조합원들과 함께 러시아 극동 여행을 다녀왔다.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진 여정에서 스물두 명의 여행객은 낯선 땅에서 100여 년 전 이 땅에 터 잡았던 조상들의 독립운동 흔적을 찾았다. 

안타깝게도 연해주를 개척했던 그들의 발자취가 제대로 보존된 곳은 얼마 없었다. 거목과 같았던 독립운동사의 큰 이름들이 머문 곳 상당수도 지금은 평범한 러시아 서민이 사는 아파트 터, 물류창고지 등으로 바뀌어 조그마한 흔적을 발견하기도 어려웠다. 여행을 안내한 박흥수 필자(철도노동자)의 전문적 지식이 아니었더라면, 누구도 연해주, 만주에서 삶을 일궈나간 고려인들의 인내를, 그곳까지 이어진 일제의 만행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역사 여행 테마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독립운동사를 다룬 신간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의욕이 넘치는 여행객이라면 책에 소개된 역사적 장소를 방문하기 딱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적잖은 역사의 장소에서 지금은 과거의 모진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가이드를 만나지 않는 한,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발견하는 과거로의 차원문을 평범한 시민이 확인하기란 어렵다.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유씨북스 펴냄)는 혼자서도 고용 가능한 역사 여행 가이드다. 지난 2015년 출범한 전국역사지도사모임 회원 8명이 같이 쓴 이 책은 조선 말기에서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시간의 흔적이 남은 표석 54개를 거점으로 과거 독립운동사의 흔적을 안내한다. 

3.1만세시위 현장, 여러 무장 의거 현장,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머문 공간의 흔적, 독립운동단체들의 흔적, 일제 침탈의 현장 등을 테마별로 나눠 독자가 자연스럽게 과거 독립운동 역사를 재조명하게끔 했다. 여러 여성운동가, 무장투쟁가, 독립운동을 도운 외국인의 이야기도 실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역사적 위인의 재발견도 돕는다. 

책은 100여 년 전 격동의 시대상을 제목 그대로 '조선 전제주의 시대에서 민국으로의 이행기'로 규정, 독자에게 명확한 답사 테마를 제시했다. 빠진 이처럼 평범한 독자는 알기 어려웠던 독립운동사의 뒷 이야기를 충실히 채운 책은, 이 숨은 이야기로 당시 한반도에 거주한 사람들의 염원이 단순한 독립이 아닌, 민주공화국으로의 이행이었음을 힘 줘 웅변한다. 

책은 손 안의 가이드 역할에 충실하다. 중요한 역사적 공간으로의 답사를 돕는 지도 8장을 각 챕터별로 붙여 독자가 책 한 권만 들고도 독립운동사의 흔적을 홀로 다닐 수 있게끔 도왔다. 

책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이미 시민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책은 남대문역, 보신각, 세브란스병원, 태화관, 탑골공원 등의 역사적 의의를 새삼 재확인하게끔 돕는다. 이 책의 다른 제목은 '서울의 재발견'이 될 수도 있겠다. 마침 책 한 권을 들고 거리를 산책하기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다. 

▲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유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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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