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피해 여성은, 공권력과 사법부에 버림받았다
[기자의 눈] 과거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진호 전 부인
2019.04.15 14:08:30
양진호 피해 여성은, 공권력과 사법부에 버림받았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통화 파일을 입수했다. 한 달간 취재로 두 개의 기사를 내놓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통화 속 사건 내용을 파악해야 했고, 그 이면에 어떤 의혹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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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양진호 봐주기, 한 여자가 무너졌다)

양 회장이 버렸다던 필로폰 주사기를 찾으러 가평 일대를 뒤져야 했고, 양 회장의 통화 상대방을 일일이 만나야 했다. 양 회장과 경찰 간 유착 관계를 취재할 때는, '무례한' 경찰 반응도 감내해야 했다. 정식으로 취재요청하고 만난 경찰은 <셜록> 기자에게 그 자리에서 나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씨줄과 날줄로 복잡하게 얽힌 사건 속 등장인물들이 어지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하나하나 퍼즐 맞추기 식으로 사건, 그리고 그 이면의 의혹을 맞춰나가야 했다.

그런 지난한 과정에서 양진호 회장과 대척점에 있던 인물을 발견했다. 양 회장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양 회장 전 부인 ㄱ씨였다.


▲ 양진호 회장. ⓒ공동취재팀


경찰이 그때 도청 흔적을 찾았다면 어땠을까

양 회장의 전 부인 ㄱ씨는 양 회장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한 뒤, 더는 견딜 수 없어 이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2년4개월 동안 진행된 이혼소송 과정에서 ㄱ씨는 모든 것을 빼앗겨야만 했다. 아이들 양육권뿐만 아니라 1000억대 자산가라는 양 회장에게서 재산 분할도 받지 못했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 반을 받았을 뿐이다. 양 회장이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한 ㄱ씨였다.

되레, 이혼 이후 ㄱ씨는 매달 아이들 양육비를 양 회장에게 지급해야 했다. 폭행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건 ㄱ씨였으나, 결과는 참혹했던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양 회장은 상습적인 대마 흡입은 물론,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엽기행동에 특수강간 혐의까지 받는 '괴물'과도 같은 존재이지 않던가.

더구나 양 회장은 이혼소송 당시, ㄱ씨를 폭행한 게 유죄로 인정돼, 벌금 300만 원형을 받은바 있다. 취재한 바로는 다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혼소송에서 말 그대로 완벽한 승소를 할 수 있었을까.

양 회장은 이혼소송이 진행될 초기에는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재판을 줄기차게 연기했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하나둘씩 없애거나, 조작했다.

'도청 의혹'이 대표적이다. ㄱ씨는 양 회장이 자기 휴대전화를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거가 없었다.

물론, ㄱ씨도 증거를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자기 휴대전화를 조사해달라며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어떤 이유인지 중요한 증거인 휴대전화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ㄱ씨는 도청 관련해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이는 법원이 그녀의 도청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근거가 됐다. 자연히 양 회장의 도청 '사실'은 남편에게 폭행당한 여성이 제기한 '의혹'으로만 남게 됐다.

그로부터 5년 뒤, 취재팀이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휴대전화에는 양 회장의 도청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이 무능한 걸까, 아니면 양 회장의 로비를 받아 그렇게 했을까. 이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당시 경찰이 휴대전화를 조사해서 도청 흔적을 찾아냈다면 어땠을까. 한 여성이 이렇게 맥없이 무너졌을까.

이 사태를 만든 주범은 누구일까

다시 이야기를 이혼 소송으로 돌려보자. 당시 양 회장은 이혼 소송에서 ㄱ씨에게 자기 재산을 빼앗기지 않으려 인력을 전방위로 동원했다. 회사 법무담당 이사부터, 고문변호사 등. 게다가 ㄱ씨에게 재산을 주지 않기 위해, 회사 임원들과 수시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자기 개인사에 회사의 물적, 인적 자원을 이용한 셈이다.

그리고 수억 원 수임료를 내야 하는 전관예우 변호사까지 선임한다. 이 변호사가 그 유명한 최유정 변호사다. 최 변호사는 청탁을 통해 보석 석방해주겠다며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50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5년6개월 형을 받았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최 변호사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구속된 덕분에 양 회장은 그에게 지불해야 하는 수 억 원에 달하는 이혼소송 승소에 대한 성공보수를 내지 않아도 됐다.

양 회장 이혼소송을 맡을 당시만 해도 최 변호사는 부장판사직에서 내려온 지 채 1년도 안 된,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전관 변호사였다. 반면, 양 회장과 대척점에 있는 ㄱ씨는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폭행사건 관련, 두 달 가까이 경찰이 양 회장을 조사하지 않자,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항의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ㄱ씨 형부가 조력자로 이혼소송을 도와줬으나, 상대편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양 회장은 그런 형부조차도 눈에 거슬렸는지, '청부살인'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한쪽은 조직과 시간, 그리고 자금을 보유한 커다란 존재였고, 다른 한쪽은 이렇다 할 게 아무것도 없는 여성이었다. 그녀가 의탁할 곳은 공권력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양 회장은 공공연하게 5월이면 자기는 출소할 거라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있다. 법정 구속만료 시한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양진호 사건'을 세상에 알린 공익신고자는 각종 불이익을 당하고 창고나 다름없는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명령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자인 ㄱ씨는 여전히 과거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진호 구속 이후 아이들을 데려와 홀로 돌보며 양육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를 지경이다. 이런 사태를 만든 주범은 양 회장일까, 공권력일까. 아니면 사법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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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