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주말까지 결단하라", 손학규 "어림없는 소리"
손학규 "극좌·극우 표방하려면 가라"…깊어지는 내홍
2019.04.11 15:28:36
하태경 "주말까지 결단하라", 손학규 "어림없는 소리"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4.3 보궐선거 후폭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극좌·극우를 표방하는 사람은 당을 떠나라'라며 당 내의 "분파 작용"에 대해 엄중 경고를 보냈다. 반면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해온 구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오는 주말까지로 시한을 정해 손 대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끌어올렸다.

손 대표는 11일 오전 당직자 간담회에서 "1당·2당(소속으로 치르는) 선거에만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1당이나 2당에 끼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바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가 꼭 그렇지 않고 제3당, 4당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좌와 극우를 스스로 표방하는 사람들은 그쪽으로 가라"고도 했다.

손 대표는 창원성산 보선 결과와 관련해 "양대 거대 세력의 흡입력·원심력은 이미 작용하고 있었다. 민중당 손석형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 노회찬 후보한테 몇십 표 차이로 경선에서 진 사람이고, 그 지난 선거에서는 본선거에 나와서 43% 정도 얻었던 사람인데도 득표율이 상당히 적었다"면서 "그런데 우리도 득표율이 낮으니까 우리 당 해체하고 그 쪽으로 가자? 어림없는 소리"라고 패배 책임론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바른미래당에서 (득표율) 1% 올리면 자유한국당, 반문(연대 등)이 어떻게 되겠느냐 하는 얘기를 당 내에서 하고 있는데 누가 바른미래당에 표를 찍겠느냐"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후보 사퇴론을 펼친 이언주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어떻게 선거를 하는데 '우리가 1% 올라가면 그것이 한국당 표를 깎아먹는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가?"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 대표는 나아가 현 지도부 사퇴 후 안철수·유승민 '투톱'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며 선거 참패 후 당을 추스를 방안은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열된 선거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았고, 이번에도 그대로 보았다"면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양 지도자(유승민·안철수)가 공개적으로 싸우면서 '우리한테 표를 달라?' 누가 주겠는가?"라고 했다. 손 대표는 "더 이상의 분파 작용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분파 작용을 이제는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손 대표는 당초 최고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오는 12일까지 휴가를 낼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휴가를 취소하고 최고위 회의를 예정대로 다시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현안을 휴가 취소 이유로 들면서 "아시다시피 최고위가 파행이어서 그 김에 하루 쉬자고 생각했는데, 최고위원들 다들 참석해 주시기를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나오시든 안 나오시든, 저는 내일 최고위원회를 할 터"라고 못박았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 구성 인원은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2석을 제외하고 당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3인, 선출직 청년위원장,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7명이다. 의결 정족수는 과반(4명)이지만 '개의 정족수'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구 바른정당 출신인 선출직 최고위원 3인방(하태경·이준석·권은희)이 모두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며 최고위를 보이콧하고 있는 중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해외 출장 중인 상황에서 12일 최고위를 열 경우 손 대표와 김수민 청년위원장, 권은희 정책위의장만 참석하는 모양새가 빚어질 수 있다. 

다만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차 여야 원내대표단과 함께 현재 중국 상하이를 방문 중인 김관영 원내대표는 다른 방중단 인원들과 별도 일정으로 이날(11일) 심야에 귀국할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 사정 때문에 귀국을 앞당긴 것은 아니며, 출국시부터 정해져 있던 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12일 최고위가 열린다면 지난 10일과 마찬가지로 손 대표, 김 원내대표, 김 청년위원장, 권 청책위의장 4인이 참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는 측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번 주말까지 손 대표가 결단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결단할 수밖에 없다"며 "손 대표는 지도부 총사퇴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지도부 재신임 투표를 수용하든지 (간에) 결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이번 주말까지 손 대표가 결단하지 않으면 우리도 행동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까지 했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는 '탈당하려는 사람들이 당을 흔든다는 음해를 해놓고 제대로 된 사과도 안 한다"고 비판하고 "보궐선거 하나 때문에 물러가라는 것은 과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지도부 총사퇴 요구는 보궐선거 하나 때문만이 아니라 이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 출마자들의 정치 생명을 담보하기에 한계에 도달했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분파'를 언급한 것을 의식한 듯 "여기서 '우리'는 특정 계파에 한정된 의미가 아니라 거당적 의미"라며 "안철수·유승민 합당정신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고, 당내 구시대 잔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바른정당, 국민의당 출신 할 것 없이 손 대표에게 사퇴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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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