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과 쿠바에 가자
[프레시안 books] <카미노 데 쿠바>
2019.03.30 12:51:11
손호철과 쿠바에 가자
1959년 1월 1일,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끈 사회주의 무장 혁명가들이 6년에 가까운 싸움 끝에 정부군을 몰아냈다. 한 줌 혁명가들에 의해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올해는 쿠바 혁명 60주년이다. 그 사이 세상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소비에트 몰락을 시작으로 냉전의 한 축이었던 공산 체제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중국과 베트남은 자본주의 국가로 길을 틀었다. 쿠바는 북한과 함께 여전히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정치학자인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가 쿠바를 일주해, 그 경험을 정리한 신간 <카미노 데 쿠바(쿠바로 가는 길)>(이매진 펴냄)를 냈다. 손 교수는 지난 2000년에는 남미 여행 에세이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보다>를 낸 바 있다. 중남미 지역에 관한 관심이 일찍이 컸다. 

손 교수의 이번 여행길은 쿠바 혁명 루트를 따른다. 60년 전 피델과 체의 이동 경로 그대로 산티아고데쿠바로부터 시에라마에스트라, 산타클라라, 아바나로 이어진다. 이들 코스 중간에 혁명과는 상관없는 도시인 히론, 마탄사스도 포함된다. 히론은 미국이 쿠바 혁명 정부를 무너뜨리려 획책한 피그 만 침공의 현장이다. 마탄사스는 일제 강점기 많은 한국인이 이민해 정착한 도시다. 

한국과 쿠바의 흐릿한 인연은 책에서 끈질기게 이어진다. 손 교수는 이 책을 '잔존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 함께 가려던 고 노회찬 의원에게 전하는 보고서'로 정의했다.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실험은 여전히 한국에도 전하는 의의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손 교수의 여전에 반영됐다. 답을 찾지 못하는 한국의 보수, 한국의 개혁 세력에게 여전히 오래된 대안으로서 쿠바가 가지는 의의가 있으리라는 게 손 교수의 생각이다. 

쿠바 혁명은 성공했는가. 세상을 보는 입장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 갈릴 것이다. 쿠바 사람들은 가난하다. 오직 물질적 성공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쿠바는 모두가 가난한, ‘하향 평준화’ 모델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강력한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에 따른 성과가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2010년대 초 기준으로 쿠바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7.4세로 자본주의 체제인 남미 기타국은 물론, 미국보다도 길다. 영아 사망률 역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쿠바의 영아 사망률은 세계 180위로 167위인 미국보다 사정이 낫다(순위가 낮을수록 영아 사망률이 낮음). 

고등학교까지 무상 교육이 이어지고, 대학 역시 학비 없이 유지되는 쿠바의 교육 성과 역시 주목해야 한다. 쿠바의 문자 해독률은 99.8%로 세계 1위다(한국은 미국과 함께 공동 17위). 쿠바를 통해 한국을 낯설게 보는 계기도 손 교수는 제공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교 교육을 무상화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과연 한국이 쿠바보다 무조건 나은 나라라 할 수 있을까. 

혁명에는 물론 그늘도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허약한 민주주의 토대다. 대부분 쿠바 인민이 실제 가난한 삶을 살아간다는 점, 사회가 전반적으로 낙후했다는 점, 이 같은 문제를 부패와 비효율이 제도화한다는 점(피델이 직접 언급한 쿠바의 문제다) 역시 짚어야 한다. 손 교수는 단순한 쿠바 찬양을 넘어, 현실의 음과 양을 균형 있게 전달해 자칫 가벼울 뻔한 여행 에세이에 무게를 더하고 신뢰도를 높였다. 

그럼에도 손 교수는 단언한다. 쿠바는 여전히 혁명 중인 국가며, 그 혁명의 성패는 아직 누구도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성질이라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쿠바 혁명이 완수된 60년째 해로 기억할 게 아니라, '60년째 이어진 쿠바 혁명의 해'로 봐야할 듯하다. 중간 평가 결과는? "잘 하고 있어, 쿠바(Vas bien, Cuba)!"라고 저자는 힘줘 말한다. 

▲ <카미노 데 쿠바>(손호철 지음)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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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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