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북 제재 5건' 설전…내막은?
美 '제재의 근간' vs 北 '민생은 무관'
2019.03.01 15:05:28
북·미 '대북 제재 5건' 설전…내막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원인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주장에서 차이가 가장 큰 대목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대북 제재 완화의 수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하노이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우리는 수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회담이 결렬됐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10시간 뒤인 1일 새벽,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재반박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광물, 원자재, 운송, 어업, 석탄, 정제 석유 등 광범위한 항목"이 포함됐으며, 이는 "군사 항목을 제외한 모든 제재"였다고 보도했다.

북미 양측의 설명에서 2016년~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5건이 제재 관련 논의의 쟁점이었다는 대목은 일치한다. 

2006년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는 총 11건이다. 이 중 2016년 이후 총 6건이 채택됐지만, 무기거래 관련 기관과 개인을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올린 유엔 안보리 결의 2356호는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이전까지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가 대개 군사 분야에 해당했던 것과 달리, 이 5건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진행될 때마다 북한 경제에 숨통을 조일 목적으로 채택된 결의다. 석탄 등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과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이 핵심이다.(하단 박스 참조.) 

미국이 이를 '전면적 제재 완화'라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가한 경제 봉쇄가 핵개발에 따르는 실질적 고통인 만큼, 5건은 사실상 제재의 모든 것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북한 핵능력의 심장으로 통하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완전하고 영구적 폐기를 거래 조건으로 내놓은 북한은, 적어도 핵능력이 고도화되기 이전 수준으로 경제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5건 가운데서도 100%가 아니고 군수용을 제외한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생 관련 부분이 어떤 항목인지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5건의 제재 결의에 대한 전면 해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2016년 이전 대비 10% 수준까지 떨어진 유류 공급 등 시급한 항목부터 정상화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재 해제를 바라보는 양측의 인식 차이가 큰 데다 최소 합의에도 실패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후폭풍으로 상당기간 협상의 접점 찾기는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 측이 다시 협상을 제안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쳐놨고,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장기전을 예고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2016년 3월 2일)

북조선의 광물 및 원유 거래 제재, 무기 거래 전방위 봉쇄, 금융 제재 및 운송 봉쇄, 핵무기 자금 조달에 관여한 기관 및 개인의 해외 활동 제재 등이 포함됐다. 또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 내에 북한 은행의 지점·사무소 등 개설을 금지하고 기존 지점·사무소들도 90일 이내에 폐쇄하도록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2016년 11월 30일)

2270호 결의에서 민생 목적으로 수출하는 석탄을 제재 예외로 두었던 조항을 없애고 상한선을 둔 내용이 핵심이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인 석탄 수출을 연간 4억90만 달러, 물량 기준 750만 톤으로 제한했다. 이로써 이전까지 매년 11억 달러(1500만 톤)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석탄 수출 규모는 절반 이하로 제한됐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2017년 8월 5일)

2321호에서 도입한 석탄 수출 관련 상한선을 없애고, 북한의 석탄, 철, 철광석, 납, 납광석, 수산물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북한 수출의 3분의 1이 차단되는 효과를 기대한 조치다. 또 유엔 회원국의 추가적인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고 유엔 안보리 회원국의 북한 회사와의 신규 합작투자를 금지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2017년 9월 11일)

북한에 들어가는 정유 제품의 55%를 제한해 대북 유류 공급의 30%를 감축시키는 내용이 골자다. 대북 원유수출은 400만 배럴로, 정유제품 수출은 200만 배럴로 제한됐다. 유류가 제재 대상에 포함 된 것은 2375호가 처음이다. 북한의 섬유 및 의류 제품 수출 금지도 채택됐다. 석탄 등 광물 자원에 이어 북한의 2위 수출 품목인 섬유 제품 수출을 금지해 북한의 자금줄을 조이도록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2017년 12월 22일)

2375호 결의에서 나아가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였다. 이로써 대북 정유제품 공급이 90%가량 줄어들도록 했다. 또한 외화벌이 목적으로 유엔 회원국들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모두 24개월 이내에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의무화했다. 산업기계, 운송수단, 철강 등 각종 금속류의 대북 수출을 차단하고 북한산 물품의 수입 금지 품목을 식료품, 농산품, 기계류, 전자기기, 토석류, 목재류, 선박 등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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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