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에 갇힌 민주당, 오만하면 심판 받는다
[최창렬 칼럼] 선거리스크 줄여야 이길 수 있다
진영에 갇힌 민주당, 오만하면 심판 받는다
21대 총선은 집권 4년차에 치러지기 때문에 중간평가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지만 여론조사는 정권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더 우세하다. 이에 근거하여 이번 선거는 정부 정책에 발목잡기와 강경 장외투쟁에 몰두한 자유한국당이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정치권이나 여론조사 기관이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내곤 했다. 
 
선거에는 정당과 후보자 요인 외에 정책, 구도 등 여러 변수가 승패를 좌우한다. 이 중 구도는 이념과 정당정체성에 따른 정당 지형의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시도, 안철수의 귀국으로 셈법이 복잡해진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는 21대 총선의 중대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방정식에서 간과되는 것이 있다. 집권 세력의 행태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수위를 빼앗긴 적이 없으며 문재인 대통령 국정 평가도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당 등 보수 진영은 당내 갈등, 리더십과 혁신 부재, 극단적 투쟁 등으로 집권당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선거 환경에서 민주당이 앞서 나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선거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
 
여권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완승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위력을 발휘한 '4+1 협의체'가 법외기구라고 반발했지만 여권은 선거 개혁, 검찰 개혁의 측면에서 명분을 확보하면서 선거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법하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협상은 마다한 채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 한국당의 구태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개정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 사실은 보수층과 중도보수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한 검찰 관련 조치도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통과된 여세를 몰아 검찰 개혁을 위한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가 개입되어 있다고 의심받는 수사 라인 간부들의 교체와 좌천성 인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이와 관련한 '하명 수사' 의혹 등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 지휘부 라인 교체는 물론 이를 담당했던 차장검사 인사에서도 검찰총장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관점과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지만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권이 조국 사태 이후 진영에 속한 이들을 옹호하느라 무리한 논리를 동원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민주당이 안정적 지지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구적이며 극단적 주장을 일삼는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고 정치적 구태와 퇴행에 젖어있는 제1야당의 행태에 대한 반사이익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경제와 안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에 괄목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로 선거 프레임이 바뀌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보수 통합이란 명분으로 진행되는 한국당과 새보수당,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중도의 가치를 결합시킨다면 민주당 독주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물론 안철수 변수라는 복잡한 방정식까지 감안한다면 선거지형은 안개속이다. 
 
선거 리스크를 줄이려면 정권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반성이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세력이 지지를 못 얻는 결정적 이유는 역사에 대한 성찰과 사과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무리한 검찰 개혁과 인사 등 중도층의 관점에서 성급하다고 느끼는 문제와 아직은 의혹 수준이지만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에서 정황상 개입의 흔적이 있다면 이에 대해 사과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민심은 정권의 겸손함과 진정성을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고 진영 논리에 입각한 강변과 감싸기로 일관한다면 촛불정신으로 집권한 세력의 도덕적 우월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선거는 아직도 80일 이상 남았다. 어떠한 돌발 변수가 생길지 모를 일이고, 민심이 어떻게 요동칠지도 알 수 없다. 선거 때까지 민의는 여야의 발언과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평가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선거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는 쪽이 패배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오만한 측이 민심의 심판을 받는 것은 더욱 자명하다. 
 
민주당은 중도 유권자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를 세심하게 성찰해야 한다. 자칫 자기도취나 진영에 매몰되면 선거는 예측불허가 될 수 있다. 항상 집단지성에 의한 투표는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곤 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20대 총선 때 압승이 예상되던 새누리당은 과반커녕 1당 고수에도 실패했다는 사실은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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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