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자치는 ‘100년 계획 문당리학개론 주형로씨’가 답이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⑯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마을
마을자치는 ‘100년 계획 문당리학개론 주형로씨’가 답이다

주형로씨는 풀무학교(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졸업한 지역 토박이다. 환갑이 지난 나이인데 한 번도 고향 떠난 적이 없다.

문당리학개론, 주형로학개론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 농촌 농업의 모델이 되는 곳이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다. 그 중심에 주형로씨가 있다.

그는 마을을 관광지라고 홍보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아마 그 주장에서 마을이 관광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런데 연간 3만명이나 찾아올 정도로 문당리는 우리나라 유기농업과 농촌교육의 산실이 되었다.

그 산실이 마을에 있는 환경농업교육관이다. 대한민국의 농업을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이 교육관이 지어졌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당리는 한자풀이를 한다면 글을 가르치는 집이 있는 동네다. 문당리에 그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하고 건물이 환경농업교육관이다.

그는 김치국을 많이 먹어야 떡을 잘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일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불광불급이라고 했던가? 미치지 않고는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 말은 주형로씨에게 딱 맞는 말이다.

인간이 원래 신과 동물의 중간쯤 되는 존재인데 무엇에 몰두하다 보면 신의 모습을 닮아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환경농업에 몰두하여 그는 농촌 농업의 해답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환경농업, 농촌다움을 지키려는데 미친 듯이 살아왔다. 그래서 김치국부터 자주 마시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마을에 환경농업교육관이 지어지게 된 배경도 김영삼정부에서 시작해 김대중 정부에서 결정되었다.

‘준비된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당시 정부의 구호에 착안하여 ‘준비된 마을 준비된 농민 교육관 계획’안을 만들어 정부를 설득하여 사업을 유치했다.

 

▲주형로씨.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는 이 마을 토박이다. 할아버지 머슴 30년, 아버지 머슴 15년, 본인 풀무학교 졸업하고 3년 머슴을 지냈다고 한다. 그의 아들도 머슴은 하지 않았지만 농부다. 머슴은 주인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그는 자연과 문당리 주민들을 섬기며 살고 있다.

자연 앞에서는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스스로를 ‘작은 농부’라 했다. 그의 아들 하늬 군에게 그 이름을 넘겨주고, 지금은 ‘희망 농부’라 부른다고 한다. 이는 농촌에 희망을 주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란다.

대를 이어 농업과 농촌의 희망, 지속가능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일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농사를 짓는 농부였다. 농부의 가업을 머슴철학을 가지고 대를 이어 가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일가상을 수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머슴은 주인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게 머슴의 도리라고 한다. 그는 마을의 머슴이다. 잠자는 마을을 깨워 희망농촌마을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머슴으로 살고 있다.

주형로씨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 바로 홍순명 선생이다. 주형로씨가 공부하고 홍순명 선생이 수십 년을 몸담아 온 풀무학교는 지난 1958년에 이찬갑과 주옥로 선생에 의해 공동으로 세워졌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찬갑 선생은 ‘교육, 기독교, 농촌’에 의한 민족구원을 위한 교육을 평생 준비하였으며 주옥로 선생은 ‘진리, 학문, 자립으로 그리스도인, 농촌수호자, 세계의 시민’양성을 위한 중등교육기관 설립을 염원하던 중 두분이 홍동에서 만나 뜻이 일치해 학교를 열었다.

 

풀무학교의 교훈, ‘더불어 사는 평민’은 이러한 사상을 응축한 개념이다.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해 왔던 주형로씨를 홍순명 선생은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말한다. 국내 대안학교의 효시, 풀무학교는 마을공동체 정신을 창조하고 마을공동체사업의 일꾼을 키우고 있다. 고등학교 과정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2년제 생태농업과정이 있다.

홍성군내 홍동면을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가 활력을 잃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은 풀무학교에서 농촌 농업을 중시하는 일꾼들이 교육을 통해 길러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2018년 홍성에서는 일소공도 마을학회가 만들어졌다. 일소공도는 ‘일만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약자다. 일과 공부를 함께 해야 한다. 풀무학교의 정신의 연장선에서 학회까지 군단위에서 만들어졌다.

이러한 홍성지역내 노력은 홍동초등동학교는 학생들이 논에서 모를 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모심는 법을 어려서부터 가르친다. 농업의 가치를 일을 함께 하면서 배우게 하는 것이다.

지역과 학교는 다른 것이 아니다. 같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습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이 농업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어려서부터 기르는 것이다.

올바른 사람, 밝고 맑은 사람을 키우는 학교가 홍동면에 있는 풀무 정신을 실천하는 학교들이다. 인구 3,500명의 홍동면에서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가 지금까지 모범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풀무학교의 교육철학과 실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풀무학교를 설립하신 이찬갑 선생의 호는 밝다 맑다의 첫글자를 따온 ‘밝맑’이다.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홍동밝맑도서관은 이러한 교육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위해 개관된 도서관이다.

 

정부보조금에 의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힘을 보탠 기부금과 홍동면 마을사업 등으로 지어졌다는 점이 놀랍다.

그는 심훈의 상록수에서처럼 농촌을 계몽하고 재생시키려는 마을 만들기를 꿈꾸었을 것이다. 풀무학교를 졸업하고 머슴 3년을 살고 고향 문당리를 떠나지 않고 살았다. 농촌 문당리를 어떻게 더 잘 사는 마을을 만들까 고민했을 것이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러나 주민들이 생각만큼 잘 따라주질 않았다. 고민 끝에 마을계획을 가장 잘 만들어줄 전문가가 누굴까? 고민 끝에 서울대학교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고 이 문제를 해결해줄 전문가로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진을 만나 이 분들이 이 문당리 100년계획을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농촌마을사업에 모델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용역보고서가 권당 1만원씩 5000여권이 팔렸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필자는 마을자치가 잘 되려면 ① 외부 전문가나 공무원 등의 객관적인 시각에서의 지원, ② 마을내 열정을 가진 리더의 리더십, 그리고 ③주민들의 신뢰와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강한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외부전문가들이 만들어준 문당리 100년계획은 외부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100년 계획을 만들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그 계획을 신뢰했고 그것을 실천했다고 본다.

 

100년 계획을 신뢰를 가지고 주민들이 합심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그 계획이 10년 후엔 많은 부분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보통 지역계획이 5년정도면 수명을 다해 다시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100년 계획은 20년이 지난 현재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주형로씨와 마을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계획, 문당리 마을발전 설계도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을 주민들이 정부돈으로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오리 농법으로 생산한 친환경쌀 판매대금으로 용역비를 냈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진정성 있는 마을 발전 설계도가 만들어져 주민들이 신뢰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형로씨는 마을소개와 강의에서 홍동면은 '교육, 협동조합, 유기농업' 세 가지가 잘 조화된 곳이라고 했다. 그는 현대사회의 문제가 논과 같은 자연이 주는 교훈을 모르고 자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논은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첫 번째는 환경적 가치입니다. 벼는 쌀을 만들지만 공기정화 효과가 큽니다. 벼를 키우는 농부는 자기 일을 통해 공익적 가치를 실현합니다. 두 번째는 교육적 가치입니다. 자연은 정직하고, 농업 속에는 노동의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농사 일을 통해 정직한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논은 문화 예술적 가치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가의 마음으로 한 해 농사를 계획합니다. 농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먹거리 문화를 책임집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리농법 주창자, 우리나라 환경농업의 대표주자 주형로씨는 고 노무현대통령에게 오리농법을 전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친환경 농업, 오리농법은 베트남, 중국연변, 북한에 까지 비법이 알려졌다.


현재 홍동면은 14개리 33개 마을, 인구 3,504명이 살고 있다. 농업 및 가공, 농촌관광, 교육, 문화, 공동체, 에너지 등 50여 개의 마을·지역공동체사업 관련 단체가 활동 중이다.

귀농인을 포함한 마을주민이 주도하는 이런 다양한 민간조직이 홍동면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자생적인 생활문화공동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생태계)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2011년 4월에는 순수 민간주도형 중간지원조직 '지역센터 마을활력소'도 자체적으로 설립했다. 최소한 홍동면 안에서 벌어지는 마을공동체사업은 홍동면 주민이 머리와 손으로 자주적으로 해결해보려는 평소의 각오와 소망을 실행한 것이다.

문당리를 2020년 새해 첫주말에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 회원들과 함께 다녀오면서, 마을자치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 같아 다 같이 즐거웠다.

 

1박2일 맛있는 식사와 주형로씨의 친절한 마을 소개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추억하게 될 것 같다. 문당리 마을에 농촌 농업의 희망을 보았다.

kjwon@rig.re.kr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