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이 현실로...감염자 폭증 '우한 봉쇄령'
WHO '국제비상사태' 결정 하루 연기...'춘제 대이동' 에 확산일로
2020.01.23 09:09:14
<부산행>이 현실로...감염자 폭증 '우한 봉쇄령'

중국 '우한 폐렴' 발생지 우한(武漢)시가 결국 봉쇄됐다. 영화 <부산행>에 묘사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한시는 중국의 교통 요충지로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감염자를 확산시키는 본거지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단행된 것이다.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湖北)성 정부는 22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현재 후베이성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444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1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발표된 사망자 수는 전날 밤까지만 해도 6명이었지만 하루 만에 거의 3배로 증가했다. 확진자 수 역시 24시간 만에 200명 넘게 폭증했다. 중국 전역 20개의 성과 시의 감염자까지 합하면 547명에 이른다.

특히 우한시는 23일 0시를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이 지역을 떠나지 못하도록 한시적 봉쇄령을 내리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중교통과 항공편, 열차 등 교통망도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현지 당국은 시민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도시를 떠나지 말라고 권고하고, 공공기관에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우한 폐렴의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 만에 이처럼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국 당국이 초기 방역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은폐·축소한 탓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확진자 27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사람 대 사람 감염 여부는 제한적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현재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 바이러스보다 사람 간 감염력이 더 강할 정도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일 의료진 15명이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의료진 감염은 '사람 대 사람' 전파의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이를 늑장 공개한 것이다. 특히 바이러스의 사람 간 감염력을 보여주는 '슈퍼 전파자'의 징후로 14명의 의료진이 1명의 환자에게서 전염됐다는 사실도 쉬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한 폐렴과 관련해 국제비상사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결정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WHO는 당초 22일 오후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23일 오전 3시) 긴급 위원회를 열어 '우한 폐렴'과 관련한 비상사태 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뒤로 연기했다.


WHO는 22일 긴급 위원회를 열어 우한 폐렴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논의했으며, 하루 뒤 다시 위원회를 소집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긴급 위원회 이후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충분한 정보와 고려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 결정은 내가 매우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 대행은 "가족이나 건강 관리 시설 내에서처럼 가까운 접촉자 사이에서 사람 간 전염이 된다는 증거가 있다"면서도 "우리는 3차, 4차 전염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WHO의 이런 입장이 '신중'이냐 '주저'냐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객관적인 조사'를 보여주는 전문가로 참여시킬 정도로 홍콩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로 알려진 홍콩대 위안궈융 교수는 “우한 폐렴이 2003년 사스 당시와 같은 전면적 확산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한 폐렴은 이미 환자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전염되는 전염병 확산 3단계에 진입했으며, 사스 때처럼 지역사회에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는 4단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WHO 관계자도 앞으로 몇 주 이내에 중국의 다른 지역과 남ㆍ북한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 다수의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북한은 우한 폐렴이 2003년 37개국에서 8000여 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 사태를 재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2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아예 금지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중국 정부의 축소. 은폐 논란 속에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우한 폐렴이 지난 17일까지 이미 중국 내 20여 개 도시로 확산했으며, 우한 내 감염자 1343명과 다른 도시 감염자 116명을 포함해 중국 내 감염자가 이미 1459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우한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이미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제'를 맞아 시작된 '대이동'으로 우한 폐렴은 이미 확산일로에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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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