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치 전문가가 본 대선 "트럼프 승리 가능?"
[2020년 美 대선 읽기] 안병진 경희대 교수 인터뷰
2020.01.23 10:29:52
미국정치 전문가가 본 대선 "트럼프 승리 가능?"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공화당에서는 천지가 요동치지 않는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후보로 나올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중도성향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어렵사리 선두를 지키고 있고,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경선에서 패했지만 '바람'을 일으켰던 샌더스 의원과 민주당 내 진보계열의 지지를 받으면서 여성인 워런 의원이 그 뒤를 쫓아가는 상황이다. 이들의 지지율 격차는 크지 않아 셋 중 누가 최종 후보가 될지 점치기 쉽지 않다.

이처럼 불투명한 판세에서 다수 정치 전략가들과 분석가들의 전망이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인 승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트럼프 승리 예측의 근거 두 가지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유권자의 40% 초중반 정도를 차지하는,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미국 의회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 탄핵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둘째, 민주당의 대선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중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여겨지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혹시나 후보가 될 경우 전혀 다른 판이 짜여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본선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그가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중산층과 서민이 미국에서 9번째로 부자(추정 자산 580억 달러)인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얼마나 호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정치를 전공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가진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와는 다른 전망을 제시했다. 결론은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의 낙승을 예상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2016년 대선 전 내놓은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는 책으로 일찍이 미국 사회와 정치가 예측 불가의 유동성의 시기로 가고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또 작년 3월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라는 책을 통해 '트럼프 시대'를 심도 있게 연구, 관찰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의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제국의 쇠퇴와 새 시대를 예고하는 신호"라고 본다.

"지금은 낸시 프레이저 뉴스쿨대 교수가 말했듯이 '궐위의 시대'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표현처럼 '낡은 것은 죽어가지만 새로운 것은 여전히 태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자본주의가 새롭게 이행하고 있는 말기적 상황이다."

안 교수는 "모든 것이 열려 있다는 것이 비겁한 분석 같지만 그런 시대다.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 안병진 경희대 교수. ⓒ프레시안 자료사진(최형락 기자)


"미국 민주당 성향의 유명한 정치 전략가인 스탠리 그린버그가 2019년 낸 책([RIP GOP])을 통해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진보적인 뉴 밀레니얼 세대와 소수인종이 대거 유권자로 유입됐고, 대도시 연합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구조적 추세가 민주당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린버그는 빌 클린턴, 넬슨 만델라, 토니 블레어를 승리로 이끈 세계적인 전략가다.

이처럼 민주당이 압승을 한다는 전망에서부터 트럼프가 40%대의 고정 지지층을 지켜내고 선거인단 제도의 이점을 활용해 재선에 성공한다는 분석까지 다양한 전망이 존재한다. 그만큼 진폭이 큰 선거다."

트럼프 승리를 점치기 어렵게 하는 근거 세 가지


안 교수는 트럼프의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으로 3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2016년 대선 때와 달리 민주당 지지층도 견고하게 뭉쳐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결집해 있는 것의 반대급부로 '안티 트럼프'층의 결집도도 높아져 있다.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쪽 전략가인 칼 로브가 '중원 공략을 안 하겠다, (공화당) 집토끼만 공략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 쪽에서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결과는 칼 로브가 옳았다. 2016년 선거 때도 트럼프 쪽에서는 집토끼만 공략했다. 확장성이 제로에 가까웠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겼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좌측에 있는 샌더스를 보면, 메디케어 포 올(전국민을 위한 의료보험, 샌더스.워런 후보 쪽에서 주장하는 의료보험 개혁 정책), 민주사회주의자 등을 내세운다. 진짜 보수적인 미국에서 과도한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양극화된 미국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리석은 전략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미국의 노동자층, 특히 백인 노동자층에서 샌더스는 인기가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지지층과 샌더스 지지층은 겹친다. 샌더스는 민주당의 트럼프인 셈이다.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가 되자 샌더스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이 대거 떨어져 나갔다. 끝까지 힐러리를 자신들의 후보로 인정하지 않았고, 본선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현재 경선 과정에서 진보진영에선 샌더스와 워런 후보가 갈등 상황이다. 하지만 둘 중 누가 후보가 된다고 진보진영이 분열할까? 또 바이든은 중도성향의 후보다. 바이든이 후보가 된다고 힐러리가 후보가 됐을 때처럼 진보진영이 대거 이탈해서 투표를 포기할까? 나는 그런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2016년에 비해 적다고 본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트럼프 정권에 대한 분노 역시 트럼프 지지자들의 트럼프 옹호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한다."

안 교수는 1992년 대선에서 아칸소 주지사 출신인 상대적으로 약체 후보로 인식됐던 빌 클린턴이 선거 과정에서 크게 성장해서 아버지 부시의 재선을 막았던 전례처럼 지금의 약체 민주당 후보들의 성장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워런, 바이든, 샌더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CNN 화면 캡처


둘째,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을 제외한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 교수는 스윙 스테이트(공화-민주 지지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합주. 경합주는 선거인단제, 승자독식제로 운영되는 미국 대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의 교외 지역 유권자(Suburban Voters)들의 표심에 변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주의적 가치관을 중시하며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인 교외 지역의 유권자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총기 규제 문제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입장을 보였던 것도 이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기존 공화당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총기 소유의 권리를 옹호하는 쪽으로 입장이 변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온건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열정이 식었다. 교외 지역의 여성들, 고학력자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열정이 떨어졌고, 2016년 당시 트럼프를 지지했던 온건 공화당 지지자들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는 상당수 민주당으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경제 상황이 변수라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지표상으로는 매우 양호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된 경제 상황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결코 양호하지 않다.

"미국의 경제 상황은 사실은 굉장히 아슬아슬하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재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부양책을 쓰지만 언제까지 버틸지는 모른다. 또 20세기 교과서를 갖고 21세기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현실을 따라갈 수 없다. 블록체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폴 크루그먼처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명한 경제학자도 블록체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연준위, 중국의 인민은행 등이 블록체인을 심각하게 연구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은 '궐위의 시대'다.

오바마가 당선된 2008년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다시 경제불황으로 추락한다는 얘기는 정신 나간 주장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됐나.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가 터졌다. 오바마는 한발 앞선 시각으로 미리 경제위기에 대해 공부를 하고 정책적 대안을 준비하고 있었고, 미국 식품재벌인 하인즈 기업의 딸을 부인으로 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안일하게 대비했다. 그래서 오바마가 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

'트럼프 재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CNN 화면 캡처


안 교수도 자신의 분석이 민주당에 편향된 경향이 있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큰 전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자체가 갖는 의미 때문에 이런 가능성에 기대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이슈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북한 비핵화 문제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이슈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 완결지어질 수 있다고 보기 힘들다. 트럼프가 재선된다고 하더라도 의회 내에서 민주당과 합의하면서 장기적으로 풀어 나가야할 이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에 모든 판돈을 거는 것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2017년 초에 트럼프 정부 내에서 북한과 전쟁을 검토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까지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의 장사꾼적 속성 덕분에 북한 이슈는 진전이 됐다. 반면 다른 한미관계 이슈는 어떤가. 한미 간에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만 봐도 한국 국민들 입장에서 트럼프 재선에 마냥 박수칠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윤리적인 문제인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곳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다 봐줄 수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탄핵 이슈를 보면, 솔직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탄핵당할 정도의 사안이라고 본다. 닉슨 대통령의 행위보다도 나쁘다. 그런데 미국 내부 정치 논리상 탄핵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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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특파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현재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