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012년 이해찬과 김용민의 추억을 소환하다
정계 은퇴 뒤집고 민주당 행사 버젓이 활보한 정봉주
민주당, 2012년 이해찬과 김용민의 추억을 소환하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해찬 대표(당시 민주통합당 세종시 후보)는 총선을 닷새 앞둔 4월 6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당시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 논란에 대해 "이 일은 당의 도덕적 품위 문제"라며 "(후보가) 사과하는 수준 갖고 안 된다면 빠르게 사퇴해야 한다, 후보 본인이 사퇴하지 않겠다면 그 선거를 포기하더라도 민주당으로선 더 이상 후보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등 명쾌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당시 후보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쏟아냈던 발언은, 여성 비하, 종교 비하에, 인종 차별까지 지면에 옮기기에도 어려운 저속함 때문에 주목을 받았지만, 당시 상황은 조금 더 복잡했다. 김용민 당시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 갑을 사실상 '세습' 받았고, 일부 '나꼼수 팬'들은 그 상황을 정당화했다. 김용민 당시 후보는 출마하며 "지역구의 사유화, 정치의 희화화 이런 비판을 그대로 어깨에 짊어지겠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자료 접근권'이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 등, 정치 철학의 빈곤도 드러냈다. 


한명숙 당 지도부는 이 조언을 무시했다. 총선 공천 작업을 주도했던 임종석 전 사무총장(19대 총선 전인 2012년 3월 16일 사퇴)도 무능했다. 리스크 관리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선거에 있어서 '동물적 감각'을 보여 왔던 이 대표의 예상은 맞았다. 민주통합당은 패배했다. 당 내에서는 "김용민이 20석 정도 날린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친노 이너서클'이 주도했던 2012년 총선 패배는 그해 12월 대선까지 후유증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우여곡절 끝에 대선 후보에 올랐으나, 당내 비주류를 끌어안는 데 끝내 실패,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의 공간을 넓혀줬고, 결국 야권 분열로 둘 다 대선에 실패했다. 


4월 총선을 3개월 여 앞둔 지금과 당시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 지금 여당은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한차례 승리한 전적이 있다. 출마 대기자가 힘 센 여당 주변에 구름처럼 모이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지지율 뒤로 불안한 신호들은 엿보이고 있다. 문석균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둘러싼 '지역구 세습' 논란이 있다. '내부 고발자'를 자처했던 판사의 입당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부동산 투기 논란을 일으킨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거취도 당이 제대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모두 집권 여당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들로, 하나하나 잠재적 '폭탄'들이다. 게다가 '조국 정국'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은퇴 번복' 조짐도 감지된다. 만약 실제로 번복한다면 정치 희화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역시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정봉주 전 의원은 22일 열린 총선 입후보자 교육 공식 행사에 버젓이 참석했다. 


금태섭 제거하겠다는 정봉주의 백주 활보...지켜만 보는 당 지도부 


민주당은 22일 백범기념관에서 총선입후보자 전·현직 의원 교육연수를 진행했다. 민주당 소속의 전·현직 의원, 최고위원, 장관급 대상의 21대 총선 입후보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5일 민주당에 복당해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한 정봉주 전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복당을 신청했지만 이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정계를 떠났다. 같은해 8월 19일 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 역시 복당 불허 결정을 내린바 있다. 백혜련 대변인은 "최고위가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면서 "미투운동의 기본 취지와 연관해 이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브리핑했다. 법정으로 간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를 무고하고 명예훼손을 했다는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었을 뿐이었다. 성추행 여부에 대해 그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그런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5일 서울시당의 허가를 거쳐 민주당에 복당했다. 당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서울시의 입당·복당 신청이 600건 가까이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해찬 당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회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시당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정 전 의원 복당 심사에 대해 "잘 모르겠다. 서울시당이 그렇게 (조직적으로) 잘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시당 운영위원들도 뭐가 뭔지 잘 모른다"며 황당한 답변을 했다. 정 전 의원이 당 지도부도 '모르게' 복당을 했다는 말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정 전 의원이 과거에 물의를 일으켰고 금태섭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하는데 당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긍정적인 평가와 또 부정적인 평가가 다 교차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어떤 취지로 어떤 의지로 금태섭 의원과 경선의 마음을 굳혔는지 이 점은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우리 유권자들이 또 특히 강서구의 주민들께서 결론내주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당 특정 의원을 '저격하겠다'며 나온 인사에 대해, 원내대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정 전 의원은 금태섭 의원을 겨냥해 "빨간 점퍼를 입은 민주당 의원, K구 K선거구에 있는 K의원을 제거하고 더 푸른 금수강산을 만들기로 결론 내렸다"고 했다. 정치 재개의 이유가 자당 의원 제거다. 과거 김용민 후보가 정치 개시 이유로 '국회의원은 자료 접근성이 좋다'는 취지를 내세운 것처럼 황당한 발언이다.  


이미 당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전체적인 선거 판세를 놓고 봤을 때 조금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도부에서 깊게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라며 "당에서 우려하는 분들이 더러 계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 전 의원 개인이 아니라 이게 당에서 어떻게 확대되고 어떤 시그널로 비쳐질 지 우려된다"며 "공관위에서 판단해야하는데 (정 전 의원과) 친한 의원은 판단이 다를 수도 있고 걱정이 된다"고 했다.


진중권 교수도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절대 정치를 해선 안 될 사람"이라며 "정봉주야 무고죄가 무죄 나온 걸 내세워 성추행은 없었다고 퉁치고 싶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며 "이렇게 국민을 우습게 알고 감히 국민을 속이려 드는 사람은 나라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민주당을 위해서도 절대 정치에는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0년 한나라당 패배, 2012년 민주당 패배, 2016년 새누리당 패배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권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패배했던 상황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선거일 전까지 여론조사 상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었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었을 땐 결과가 180도 뒤집어 졌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왔고, 당시 여권에선 "손석희, 김제동(탄압) 때문에 졌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정권 견제론이 먹혔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에 대한 퇴출 시도가 여당의 '오만'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2012년 총선 패배도 따지고 보면 김용민 당시 후보의 발언이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에 공격 빌미를 줬던 데 있다. 당 지도부는 김용민 당시 후보 거취 문제를 두고 우왕좌왕했고, 보수 세력은 총 공세에 나섰다. 


2016년 총선의 전례도 따져볼 만 하다. 당시 새누리당이 패배한 건 같은 새누리당 특정 의원들을 찍어내려는 데 혈안이 돼 있어서였다. 청와대 인사들, 당 고위 인사들은 "'비박' 150석보다 '진박' 130석이 낫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었다. "빨간 점퍼를 입은 민주당 의원"을 제거하겠다는 정봉주 전 의원의 발언도 이같은 맥락과 다를 바 없다. 


이해찬 대표의 2012년 경고는 유효하다. 여론조사 착시도 문제이지만, 집권당의 '오만'은 유권자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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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daramj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