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권은 오늘 강제퇴출됐다
변 하사 직접 기자회견..."인권친화 군에 훌륭한 선례 남기고 싶다"
2020.01.22 18:23:42
대한민국 인권은 오늘 강제퇴출됐다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트랜스젠더 A 하사' 변희수 하사가 직접 입을 열었다. 변 하사는 입장 발표에 앞서 떨리는 목소리로 "통일!" 경례를 마친 뒤 "하사 변희수 입니다"라고 자신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변 하사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역심의위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군을 믿었는데 결국 그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전역처분을 받았다"며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는 군에서 훌륭한 선례를 남기고 싶다"라며 현역 복무 의지를 밝혔다.

▲ 경례를 하며 울먹이는 변 하사. ⓒ프레시안(최형락)


"어릴 적부터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변 하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저의 오랜 꿈"이라며 "젠더 디스포리아(성별불일치)로 군 생활이 힘들었지만 어릴 적부터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변 하사는 군인의 꿈을 갖고 부사관 특성화고에 진학해 적법한 심사과정을 통해 부사관으로 임관했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도 체력 심사를 우수하게 마쳤고 제 주특기인 전차 조종에서도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A 성적을 받았다"며 "적재적소에 저를 배치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현역 복무 의지를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이 전근대적인 남근주의에 집착하고있다"며 "부당한 전역 처분에 대해 인사소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육군, 현역복무 부적합한 자로 판단해 전역처분

이날 오전 육군본부는 변 하사에 대해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1호에 의거해 '심신장애로 인해 현역복무가 부적합한 자'로 판단해 전역처분을 결정하고 내일 즉시 군을 떠날 것을 지시했다. 전역 처분이 나면 통상 처분일로부터 최대 3개월까지 여유를 두고 전역일자를 정하는 것이 상례다.

전날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역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해당 부사관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 우려가 있다면서 전역심사위 개최를 인권위 조사 기간인 3개월 이후로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군은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며 인권위의 긴급구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직 육군인 변 하사는 군 복무 중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심리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휴가 기간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현재 국군수도병원에서 회복중인 변 하사는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군 병원 의무조사에서 음경 훼손 5등급, 고환 적출 5등급 장애 판정을 받아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규정에 따라 5등급이 2개면 심신장애 3등급으로 분류돼 전역심사 대상자가 된다. 
 
군인권센터는 이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변희수 하사 입장 전문>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집 근처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하고, 제가 살고 있던 고향과 멀리 떨어진 전남 장성까지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를 찾아 진학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부사관학교엣의 힘들고 고된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결국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꿈을 드디어 이루었다는 것에 제 자신이 너무 뿌듯했고, 또 행복하였습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늘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줄곧 마음 깊이 가지고 있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라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또 억누르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 넘기고, 가혹하였던 부사관학교 양성과정도, 또한 실무 부대에서의 초임하사 영내대기 또한 이겨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면서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려졌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젠더 디스포리아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를 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하였으며, 너무 간절한 꿈이었으멩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힘들어하는 저를 두고 '현역복무 부적합심의를 받는 것은 어떠냐'는 권유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왔던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하며 권유를 거절하고 계속 버티며 복무하였습니다.

결국 저의 마음은 제가 스스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어려운 겨심을 통해 수도병원 정신과를 통해 진료를 받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수도병원에서의 정신과 진료와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짐을 쌓아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저의 상태를 해결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계속 억눌러두었던 마음을 인정하고, 성별정정 과정을 거치겠노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소속부대에 저의 정체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막상 밝히고나니 마음은 후련하였습니다.

저의 소속부대에서도 제 얘기를 듣고 현역부적합심의를 진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그동안의 군 생활 모두가 순탄하고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초임 하사 시기 혼란한 마음으로 방황을 하였지만, 그래도 결심이 선 후부터는 제 주특기인 전차 조종에서도 기량이 늘어 19년도 초반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조종' A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직이 참모부터 담당으로 변경된 후에도 참모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공군 참모총장 상장을 받는 성과도 이루어낼 수 있어습니다.

소속 대대에서도 저의 발전된 모습을 감안하여, 부대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결정인 수술을 위한 국외여행 허가를 승인해 주셨스빈다.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계속 복무를 저의 상급부대에 권유하였고, 상급부대인 군단에서도 육군본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던 소속부대장님, 군단장님, 소속부대원, 그리고 안팎으로 도와주신 모든 전우들에게 그간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계속 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취침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 적소에 저를 배치하신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군이 트랜스젠더의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랑하는 군은 계속하여 이누건을 존중하는 군대로 진보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임관하였던 시기만 하더라도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사소한 잘못을 하여도 영창 징계가 떨어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사용은 물론이고, 곧 영창 제도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군대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저는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비록 미약한 한 개인이겠으나 ,힘을 보태어 이 변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하였습니다. 저의 성별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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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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