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니라, 일본이 '성공적인' 사회주의 국가?
[프레시안 books] 우수근 소장의 <한중일 힘의 대전환>
2019.02.23 10:59:05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 '성공적인' 사회주의 국가?
개혁 개방을 통해 고도의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현대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일까? 오히려 자본주의의 선두권에 있는 일본이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발적인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중국과 일본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이같은 의문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20여 년 이상 중국과 일본 현지에서 이들 국가를 관찰해왔던 우수근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 소장(전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은 2차 대전 이후 양국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에 펴낸 신간 <한중일 힘의 대전환>에서 우 소장은 사회주의라는 체제 자체가 5000여 년 동안 내려온 중국인들의 'DNA'와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마천 <사기>에 재물을 증식시킨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인 '화식열전'이 수록돼 있다면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부국강병은 자유로운 시장에서 비롯된다'며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사람들이 <삼국지>에 나온 수많은 인물들 중 관우를 가장 추앙하는 이유도 재물과 연관돼있다. 우 소장은 "중국에서 관우는 '의리와 신용'의 상징이다.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의리와 신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 관우를 재물의 신으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중국 사람들이 이같은 생각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춘추전국시대, 삼국시대, 오호십국 시대 등 예측 불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물질'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고대부터 그 어느 나라보다도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전개해왔다"며 "이러한 중국인들에게 공동 경작, 공동 분배와 같은 사회주의는 태생적으로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럼 중국에서 이야기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대체 무엇일까? 우 소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큰 차이가 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중국식 자본주의'와 별다를 것이 없다"며 "중국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적 요소도 한껏 도입시켜 활용한다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 <한중일 힘의 대전환> (우수근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위즈덤하우스

우 소장은 중국보다 오히려 일본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많이 가미돼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의 정신문화를 대변하고 있는 '와(和)'를 통해 일본은 예로부터 개인보다는 집단의 화합과 조화, 질서를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일본식 자본주의는 개인보다 단체나 사회를 더 우선시한다는 측면, 달리 말해 전체주의적인 성격이 여타의 자본주의보다 강하다는 특징을 가진다"며 "중국은 '개인'을 위주로 한 '자유'를 강조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집단'을 위주로 한 '평등'을 강조한다. 중국이 더 자본주의적이고 일본이 더 사회주의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구소련이 해체되기 몇 해 전, 소련 학자들이 일본을 둘러보고 '일본은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라고 말했다며 "그들 눈에 비친 일본은 비슷한 경영 이념을 지닌 수많은 기업의 연합체와 같았으며 각각의 기업에는 그 기업을 마치 집과 같이 여기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가운데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고 전했다.

우 소장은 "이러한 일본식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평등개념이 타국 기업들이 비해 현저히 강하다. 한 기업에서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데 소득 측면에서 격차가 많으면 위화감이 생기기 쉽다. 일본 기업이 경영진들과 평사원 간의 수입 격차가 다른 자본주의 국가 기업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바로 이러한 특징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자발적 약소국'에서 벗어나려면

우 소장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후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선발돼 게이오기주쿠 대학교에서 국제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30대 중반부터는 상하이 화둥 사범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화 대학교에서 교수로도 재직했다. 20대부터 현재까지 동북아 문제의 당사국들을 다니며 한중일 3국의 정치, 경제적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우 소장의 신간인 <한중일 힘의 대전환>은 이러한 경험속에서 탄생했다. 우 소장은 중국과 일본의 학계를 비롯해 정계, 외교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의 위치에 대해 지각하게 됐고, 이를 통해 약소국이 아닌 중견국가로서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여전히 '과도한 자기 비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우 소장이 내린 결론이다. 그는 "우리 외교는 건장한 체격으로 성장한 청년이 과거 유치원 시절에 입었던 옷을 계속 입으려고 떼를 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꼬집었다.

우 소장은 "실제 동북아에서 중요한 이슈가 발생하거나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면 중국 당국은 우리에 대한 접근을 강화한다. 나에게도 찾아와 우리가 자기들 곁에 더 가까이 있을 수 있는, 또는 최소한 멀어지지 않을 방안을 묻기도 한다"며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모습을 정치권이나 외교 당국자 등에게 알려주면 '에이 중국 같은 대국이 설마'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여전히 약소국 마인드에 절여져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관념으로는 현재 동북아 구도에서 한국이 살아남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국 및 일본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이에 따른 대응 마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우 소장은 "우리는 적어도 고려나 조선 시대 때 분단을 겪지 않았다. 현재는 미국이라는, 기존의 열강보다 훨씬 더 강한 위세를 지난 나라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분단돼있다"며 "주변국에 대한 몰이해가 불행의 역사를 또 다시 반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지만, 오히려 어느 누구보다 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이라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과 일본을 이해하고 활용함에 있어 가장 유리한 여건 속에 놓여 있는 것은 우리다. 중국과 일본을 모를 때는 애물단지에 불과하지만, 제대로 알게 되면 보물단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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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