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INF 갈등'이 뭐길래...한반도에 어둠이 드리운다
미러 'INF 갈등'이 뭐길래...한반도에 어둠이 드리운다
[정욱식 칼럼] '풍전등화' 신세된 중거리 핵전력 조약
미러 'INF 갈등'이 뭐길래...한반도에 어둠이 드리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러시아가 60일 이내에 '중장거리 핵미사일 폐기 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이하 INF 조약)'을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지 않으면 미국은 이 조약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통보는 미국이 나토 회원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INF 조약 탈퇴시 또다시 유럽이 미러간의 군비경쟁 각축장이 될 것을 우려해 미국을 만류했었다. 하지만 미국은 탈퇴 의사를 꺾지 않았고, 결국 60일 간의 유예 기간을 두는 것으로 절충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미국측 주장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의 SSC8 미사일이 INF 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반면에, 러시아는 이 미사일이 사거리 500km 미만이기 때문에 조약을 준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미러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나토의 동의 하에 러시아에 최후통첩을 보냄으로써 INF 조약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됐다. 조약문 15조 2항에 따르면, "특수한 상황이 자국의 최고 이익을 침해하는 사유를 적시한 입장을 상대국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러한 통보는 6개월 전에 이뤄져야 하며 조약의 공식적인 파기는 통보 후 6개월 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러간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INF 조약은 내년 6월, 60일간의 유예 기간까지 적용하면 8월에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만다.

1987년 체결된 INF 조약은 1972년 체결된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과 더불어 냉전 시대에 핵전쟁의 위험을 막은 양대 조약이었다. 또한 ABM 조약은 데탕트를, INF 조약은 신(新) 데탕트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2001년 9.11 테러를 틈타 ABM 조약에서 탈퇴해 버렸다. 그리고 17년 후인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냉전의 망령을 가둬둔 마지막 잠금 장치마저 풀어버리려고 한다.

그렇다면 INF 조약마저 사라지면 우리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나는 졸저 <비핵화의 최후>에 아래와 같은 우려를 강하게 표한 바 있다.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우려되는 상황은 미리 예측해볼 수는 있다. 가령 이런 것이다. 미국이 이 조약에서 탈퇴해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 미사일을 만들어도 본토에 배치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본토에서 러시아나 이란을 향해 쏘면 대서양에, 중국이나 북한을 향해서 쏘면 태평양에 떨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진 배치가 불가피해진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중국을 시야에 넣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어디에 배치할 수 있을까? 먼저 미국 영토인 괌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분산 배치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군기지가 있는 한국과 일본도 후보지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만약 이게 현실화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은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할 경우, 핵심적인 변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진전 수준에 있다. 평화가 진전될수록 미사일 배치는 여의치 않게 될 것이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상정해볼 수 있다. 가령 이런 질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북한의 위협, 특히 핵미사일 위협이 존재할 때가 될 것이다.

이러한 가정적인 미래가 현재에 품고 있는 함의는 결코 가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 봉쇄를 한반도 비핵화보다 상위의 전략적 목표로 삼고 한반도의 적당한 긴장과 대립이 중국을 봉쇄하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여긴다면, 비핵화를 추구할 동기와 진정성도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실 ABM 조약 파기의 최대 희생양은 한반도였다. 부시 행정부는 이 조약의 파기 구실을 찾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호출했다. 또한 이 조약이 살아 있었다면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일도 없었다. '듣보잡'에 가까웠던 ABM 조약은 이처럼 우리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INF 조약의 운명 역시 한반도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미간에 INF 조약 탈퇴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미국에 INF 조약 탈퇴에 대한 반대, 혹은 우려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이 조약 파기시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수용할 뜻이 없다는 점을 미리 못 박아 두어야 한다.


* 필자 신간 <비핵화의 최후-보이지 않는 전쟁>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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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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