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 개혁' 포기하나?
문재인 정부, '경제 개혁' 포기하나?
'삼고초려' 장하성 교체, '변양균 라인' 득세
2018.11.09 14:27:02
문재인 정부, '경제 개혁' 포기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김앤장(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 교체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직접 "청계천 판자집 소년 가장" 출신이라는, 흙수저 배경까지 설명하며 현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발탁했던 김동연 부총리는 물러났다.

소득주도 성장 등 경제 정책 방향을 놓고 김 부총리와 갈등 관계에 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함께 물러났다. 장 실장 내정 당시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및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역대 정부와 정치권의 요청을 고사하다 큰 결단을 내린데 감사하다"고 '삼고초려' 결과임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장 실장 후임에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명했다. 

시기가 문제였을 뿐 예고된 인사였다. 하지만 국회의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 투톱'을 동시 교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새 경제부총리가 거쳐야 할 국회 청문 일정을 고려해 선(先) 부총리 교체설도 돌았으나, 이 경우 김 부총리에 대한 경질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동시 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는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 불협화음을 낸 당사자들을 동시 교체해 분위기 쇄신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 경제 정책의 핵심인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의 유기적 추진이 현정부 출범 1년 6개월 만에 큰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소득주도 성장의 설계자였던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물러날 때부터 경제정책 후퇴의 징후가 뚜렷했다. 혁신성장의 핵심 조치로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가속화된 반면, 장 실장이 혼자 떠맡게 된 소득주도 성장에 쏟아지는 비판에는 방어막이 헐거워졌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김앤장' 동시 교체는 문재인 정부 경제철학과 배치되는 발언으로 '자기 정치' 논란까지 빚었던 김동연 부총리를 교체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제거한 결과가 됐다. 일각에선 '굴러온 돌'인 장 실장이 문 대통령 핵심참모들과 화학적으로 융화되지 못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동연 부총리의 경질은 한 명의 경제 관료를 교체한다는 의미가 크지만, 장하성 정책실장의 경질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경제개혁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시들해진 "경제 민주화" '붐 업'을 시도했으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장 실장의 교체로 경제개혁 후퇴 시그널을 던진 셈이 됐다.

장 실장 후임으로 지명된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이 부동산과 탈원전 정책을 진두지휘한 청와대 핵심 참모 가운데 한 명인 것은 분명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을 뚝심 있게 추진할 정책실장 자리에 어울리느냐는 회의론은 여권에서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최근 "정책실이 하는 일의 3분의 2가 경제다. 국내 정책의 3분의 2가 경제이기 때문에 경제를 모르는 분은 정책실장을 맡기가 사실 좀 곤란하다"고 공개적으로 '김수현 불가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무게추는 경제 관료 출신인 홍남기 신임 부총리 내정자 쪽으로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홍 내정자 역시 개혁성과는 거리가 멀어 소득주도 성장과 경제민주화 등 구조 개혁의 지속성을 담보할만한 인사는 아니라는 평가다.

홍 내정자가 '일벌레'로 소문날 만큼 성실한 관료라는 데는 대체로 평이 일치하지만,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경력이 증명하듯, 소신 있는 경제철학의 소유자라기보다는 윗사람 지시에 순응하는 이미지가 강한 인사라는 것이다.

홍 내정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변양균 전 실장과 가까운 이들을 지칭하는 '변양균 사단'으로 분류되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김동연 부총리에 이어 후임자도 변양균 라인으로 채워진 점에서, 출범 초부터 경제라인 요로에 배치돼 정책 영향력을 행사해 온 변양균 사단의 득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장하성 실장, 홍장표 전 수석 등 개혁파의 퇴조 속에 변양균 라인으로 대표되는 경제관료들의 영향력을 재확인한 이번 인사를 진보적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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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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