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성 정체성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LGBT 차별을 넘어] 동성애 등 성적 지향에 대한 진실과 거짓은?
성 정체성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에 대해 '네이버 지식백과'의 시사상식사전은 이성, 동성, 양성 등에 느끼는 감정적, 성적 끌림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신과 반대의 성에 이끌리는 이성애, 같은 성에 매력을 느끼는 동성애, 이성 혹은 동성에 모두 이끌리는 양성애로 나뉜다. 이외에도 남성, 여성이 아닌 모든 성에 이끌림을 느끼는 범성애, 성적 끌림이 없는 무성애도 있다. 그러나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형화해 분류하기는 어렵다.

남녀의 성적 지향이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고, 성적 지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통한 행복 추구권이 존중되면서 서구에서는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많은 지역에서는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 많은 서구 국가가 동성애 결혼 합법화 조치를 취해 비이성애자들의 권리와 대중적 인식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중동,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동성애가 합법화되지 못하고 심지어 사형이 포함된 처벌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2000년 처음으로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한 데 이어 2018년 1월 현재 유럽과 북남미, 호주 등 26개 국가가 그 뒤를 따랐고 대만, 오스트리아, 코스타리카 등 일부 남미 국가가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많은 국가가 동성애 합법화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동성애 반대의 목소리가 크고, 개신교 측은 공공기관이 '성 평등'이라는 용어를 써서는 안 되며 대신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성적 지향의 원인에 대한 과학계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결정적 이론이 확인되지 않은 채 많은 가설이 혼재하고, 과학적, 정치사회적 및 윤리적 논란이 지속되면서 대중의 혼란이 여전하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가 선천적 요인에 의해 정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주로 내놓으면서 관련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 있는 노스웨스턴대학교 마이클 베일리 교수 등은 지난 50년간 등장한 성적 지향성의 과학적 연구 결과와 정치적 의제 등에 대한 총체적 분석을 시도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등 이른바 LGB의 원인과 그 규모 등의 진실과 오해 등을 정리해 2016년 4월 과학전문지에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연구 결과 비이성애자는 LGB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그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동성애자나 비이성애자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고,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성이 여성에게 감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4가지 분야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더 다양한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어 성적 지향은 매우 복잡하다.

이에 따라 LGB를 통계적으로 분류하기란 어렵다. 특히 일부 국가나 사회에서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히기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적 지향성 연구에서 대상자가 자기 스스로 밝히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정확성 등은 매우 불확실한 형편이다.

알프레드 킨제이는 게이가 전체 인구의 10%라고 추정했지만, 오늘날 많은 연구를 종합하면 LGB는 대략 5%인 듯하다. 성인 남자 7만1190명과 성인 여자 11만77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이 완전한 이성애자라고 답변한 비율은 남성 93.2%, 여성은 86.8%였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조사의 한계 때문에 성적 소수자의 정확한 비율은 상당 기간 밝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성적 지향성은 나이나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데, 예를 들어 80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결과 16살 때는 자신이 레즈비언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뒤 '판단 불가'라고 답변한 사례도 있었다. 양성애자의 경우도 성적 욕망에서는 이성애자나 호모와 유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남성의 성적 지향은 여성보다 성적 욕망의 패턴과 긴밀히 연결되는데, 이는 태아기의 호르몬이나 유전자 등이 포함된 생물학적 요인이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적 성향 및 사회성이 없는 환경 요인도 성적 지향에 영향을 미치지만, 성적 지향을 교육이나 미디어 등을 통해 학습하거나 배운다는 것은 인정키 어렵다.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가 지닌 성적 지향이 사회가 그것을 관용할수록 많아진다는 증거는 없다.

레즈비언이나 게이와 같은 소수자의 성적 지향은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중복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하다. 예를 들어 양성애의 경우 다양한 성적 지향(이성애나 호모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성적 소수자는 그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성적 소수자가 갖는 수치심이나 문화적 낙인 때문에 성적 소수자의 행동이나 성적 지향성이 객관적으로 정확히 밝혀지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성적 지향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욕구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질문을 통한 성향 파악과 같은 방식은 비논리적이다.

사람의 성적 정체성은 유전자나 호르몬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개인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이는 타고난 체질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호불호에 의해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성적 지향성은 과학적 영역이 아니라 도덕적인 것에 속한다.

성적 지향성은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는 국가가 증가 추세인 것처럼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정치적 권리 등이 변화할 것이 명백하다. 이런 점에서 어떤 선입견이나 정치적 입장 등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과학적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논란이 심할수록 치우치지 않은 지식과 과학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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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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