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 효율성이 특별함보다 중요하다
미세먼지 대책, 효율성이 특별함보다 중요하다
[함께 사는 길] 서울의 승용차 운행, 획기적으로 줄여야…
미세먼지 대책, 효율성이 특별함보다 중요하다
자동차 한 대가 점유하는 도로면적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중형 자동차의 크기는 전폭이 1.85미터 이상이고 전장은 4.9미터 내외다. 그보다 작은 경차와 소형차가 있고 그보다 큰 대형차들이 있으니, 중형차를 기준으로 잡고 계산해 보면 대략 9제곱미터 이상이다. 그런데 차란 달리는 존재고 달리자니 앞차와 최소한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시내 주행이고 시속 50킬로미터의 속도(대도시의 안전속도는 시속 60킬로미터에서 낮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2017년 녹색교통지구제도를 도입해 안전속도를 시속 50킬로미터로 낮췄다)로 달린다고 할 때의 안전거리는 20미터 정도 될 것이다. 물론 신호등에 걸리거나 교통이 혼잡해 더 저속이 되면 그 거리는 좁아질 수 있겠지만 달리는 상태를 기준으로 할 때는 20미터 정도 잡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도로 폭은 2.75~3.5미터로 정해져 있는데 도로 규정은 3미터 이상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니 중형차 한 대가 시내를 주행하며 달릴 때 점유하는 면적은 약 75~90제곱미터가 된다. 국민주택규모인 25평 이상의 면적이 주행 중인 자동차 한 대가 점유하는 기본면적인 셈이다.

한 사람이 점유하는 도로면적은 얼마나 될까? 그가 성인 남성이고 보폭이 제법 크다고 해도 1미터를 넘지 않는다. 혼잡할 경우 앞사람과의 거리는 0.5미터도 될 수 있지만 평소라면 아무리 도심이라도 1미터는 떨어져 걷게 된다. 그게 무관한 타인과 불쾌감 없이 같은 방향으로 걷는 최소 이격거리다. 그러니 한 사람이 걸어갈 때 그가 점유하는 도로면적은 2제곱미터 이하가 될 것이다.

▲ 서촌 골목. ⓒ함께사는길(이성수)


자동차 한 대의 거주 면적

자동차 한 대의 거주면적은 얼마인가? 차 한 대가 집 한 채에 해당하는 면적을 차지하고 다닐 때 사람은 그보다 40분의 1 이하의 면적을 차지하고 걷게 된다. 차는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다. 운행하지 않고 서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도로가 아닌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차장 내 진출입 통로면적과 차 간 여유 면적 등을 생각하면 차량 한 대가 차지하는 주차면적은 차량 한 대 면적의 2~3배인 18~27제곱미터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의 2015년 전국 주차장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주차장 면수는 2033만1739면이었다. 차가 가장 많은 도시인 서울의 경우 2016년 말 기준으로 거의 400만 면에 달했고 주차장 확보율은 129.2퍼센트였다. 주차장이 남는데 왜 우리는 마을마다 도심 곳곳에서 그토록 많은 불법주차를 목격하는 걸까?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차량은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동은 시작과 끝이 있다. 집 주차장에서 시작된 이동은 직장 주차장에서 끝난다. 말하자면 차량 한 대가 두 개의 주차면을 가져야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불법주차가 근절(최소한 완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자동차 한 대는 4인 가족이 사는 국민주택의 2배가 넘는 거주면적(주차공간)이 필요한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공간 소비자이다. 주행 중인 도로의 점유면적은 이때 빼주자. 주행하는 차량은 마치 도로가 사람의 통행과 물류의 이동이라는 순기능을 할 때처럼 '본연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하는 중이라고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떠넘기는 자동차 환경비용

그렇다고 주행하는 '나홀로 차량'의 환경부담까지 봐줄 수는 없다. 4~5명이 탈 수 있는 차를 '나홀로' 타고 출퇴근할 때 운전자는 최소한 카풀한 차보다 4배 이상 도로라는 공공자산을 소비하고 버스 이용자의 40배 이상을 독점하는 사치스러운 이동을 하면서 미세먼지와 탄소를 내뿜는다. 그런 사치에 드는 환경부담은 연료에 붙는 세금으로 회수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다 상쇄할 순 없다. 말하자면 최소한의 오염 원인자 부담금만 내고 그 나머지 환경비용은 사회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가장 차가 많은 서울시의 출퇴근 시간 '나홀로 차량 비율'은 86퍼센트에 달한다. 2017년 여름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남산 1, 3호 터널에서 조사했을 때에도 2대 중 1대는 나홀로 차량이었다. 혼잡통행료가 있는 구간이라 진출입에 비용장벽이 존재하는 데도 이런 정도라는 건 현재의 혼잡통행료(2018년 현재 2000원. 1996년 제도 시행 이래 22년 동안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가 통행 억제력으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연구원은 이미 2014년 사대문 안(2017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4배 인상해 8000원을 물리면 '승용차 교통량이 58퍼센트나 극적으로 줄고 전체 도로 교통량은 30퍼센트 감소하며,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15퍼센트나 감소'한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이 인상에 냉담하다는 분석이 나오자 시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으로 지속되자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자발적 차량 2부제 참여를 호소하고 대중교통 무료대책을 내놓았지만 '평소에 미세먼지 관리를 해야지 오염이 심각할 때만 반짝 관리를 하는 건 헛돈 쓰는 전시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는 '과잉대응이 무대응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이런 태도는 기본적으로 시민 건강을 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 틀렸다 말하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대기오염은 일상적 관리로서만 저감시킬 수 있는 것이어서 '효율성'이 대책의 '특별함'보다 중요하다. '미세먼지 러시' 이후 서울시는 현재 공공영역의 차량들에만 강제력이 있는 차량 2부제를 민간까지 확대하자는 제안을 정부에 냈다. 정부가 이 안을 받더라도 고농도 미세먼지 위험이 있을 때만 시장이 비상저감조치로 2부제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일상적 관리를 위해 '차량 7등급제(연료와 연식을 고려한 오염배출 정도에 따라 차량을 0~6등급까지 구별해 해당 차량의 사대문 안 운행을 통제하는 제도)'를 2019년부터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 최근 개통한 종로 버스전용차선. ⓒ함께사는길(이성수)


자동차 대신 무탄소 이동수단 비율 높여야

연식이 낮거나 비석유계 차량이라고 환경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노후 경유차가 1차 표적이지만 휘발유 차량도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배출하는 건 마찬가지고 설령 전기차라 해도 우리나라가 완전히 에너지 전환에 성공해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면, 전환설비(발전소)가 상당량의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대기오염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도로와 주차장이라는 도시 공간의 소비는 그 차가 전기로 가건, 수소로 가건, 휘발유나 경유로 가건 매한가지다. 보통 우리가 도시라고 말하는 공간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면적을 합친 곳으로 이른바 '시가화면적'이 도시 공간이다. 서울시 등록 차량만 해도 2016년 기준으로 308만 대(인구 3.3인당 1대꼴)를 넘고 도로는 총연장 8215킬로미터에 그 면적은 84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도로면적이 시가화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퍼센트가 넘는다.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의 다섯 가운데 하나 이상이 도로인 것이다.

이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승용차 자체의 운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즉,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의 분담률을 크게 높이고 도보와 자전거 등 완전한 무탄소 이동수단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도시들 가운데 대중교통에 의한 통행 분담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대중교통의 통행분담률을 현재보다 10퍼센트 이상 높여 80퍼센트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사대문 안 지역에서 도로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2015년 대비 40퍼센트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자전거와 도보 이용 도로면적을 2017년 현재의 10제곱킬로미터 수준보다 2배 이상 늘려 '녹색교통도시를 추구'하겠다고도 한다. 물론 이렇게 향후 12년 동안 장기적인 녹색교통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줄이고, △자동차가 점유한 도로를 보행자들에게 내주는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서울이 그런 정책을 펴야 전국 도시들도 따라 할 것이다. 그런 정책이란 게 뭘까?

2015년 서울시 도로 중 가장 큰 면적과 긴 연장을 가진 길은 12미터 미만의 '소로(小路)'로서 총면적 34제곱킬로미터에 연장 6353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가운데 51퍼센트 이상이 1차로고 나머지가 2차로 도로다. 소로는 말하자면 마을 길로 도시교통의 실핏줄에 해당하는 생활권 도로들이다. 차가 아니라 사람이 우선 통행하는 길이고, 주변의 주거와 마을 가게들이 영업하는 생활공간이다. 그리고 서울은 물론 '전국의 이런 실핏줄 도로, 특히 1차로 중심의 이면도로(도로 폭 9미터 이하)'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들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56퍼센트(도로교통공단, 2014)에 달한다. 윤화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험한 마을 길에서 자동차의 운행속도를 낮추고, 일방통행로를 늘이고 남은 도로면적을 보행자와 자전거에 양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사대문 안 간선도로 제한속도를 기존의 시속 60킬로미터에서 시속 50킬로미터로 낮추고 이면도로 등 생활권(학교지역 등) 도로에서 기존 제한속도의 절반인 시속 30킬로미터로 제한하는 녹색교통진흥지구 내의 교통안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국 도시들이 이런 마을 길 교통안전정책을 생활 불편이나 교통혼잡도 가중 따위 이유로 일부에서 반대할지라도 뚝심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좁은 길의 안전을 요구할 때

오히려 혼잡교통료를 기존의 진출입로에서 징수하는 선적 개념에서 특정 교통혼잡지구 내의 면적으로 확대하고, 마을 길 제한속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당장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의 조기 사망률이 2060년이 되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질 것(환경성과평가, 2017)’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속보다 저속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할뿐더러 속도 제한과 교통혼잡료 제도 강화는 도심의 차량운행 제한 효과를 키운다. 차량의 도로 이용이 준다는 건 기후를 지키고 환경보건과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좋은 일이다.

일본의 교통수요관리 전문가 모리카와 다카유키는 '도로 증설 대신 도로를 보행자에게 되돌려주는 정책이 지속가능한 교통정책'이라고 <지속가능교통>(권영인·윤형관·이승호·정병두 옮김, 한울 펴냄)에서 적시한 바 있다. 어떤 지자체가 이 좁은 길을 가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보행자 시민들이 '좁은 길의 안전'을 요구할 때 그것을 마다할 간 큰 지자체는 없을 것이다. 마침 지방선거가 오는 6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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