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천국 스웨덴, 성평등부터 시작했다"
"복지천국 스웨덴, 성평등부터 시작했다"
[인터뷰]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저자

많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자조하는 한국에서 '복지 천국'이라 불리는 스웨덴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먼 나라다.

68세 할머니가 정치에 도전하고 고용률이 80% 가까이 이르며 '라떼 파파'(유모차 끄는 남성)를 흔하게 볼 수 있고 원한다면 누구나 총리의 이메일을 읽을 수 있는 나라, 스웨덴. 


한국과 스웨덴의 '차이'를 그저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스웨덴이 현재의 사회를 이루기까지 사회·경제적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촛불집회'로 각성된 한국 사회에 중요한 작업이다. 스웨덴도 100여 년 전에는 가난한 농업국이었다. 


주한스웨덴 대사를 지낸 라르스 다니엘손 유럽연합 스웨덴대표부 대사와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29년을 근무해 한국에서 누구보다 스웨덴을 잘 아는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이 함께 쓴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한빛비즈 펴냄)는 15명의 스웨덴인 인터뷰를 중심으로 스웨덴 사회를 보여주는 책이다. 인터뷰를 통해 스웨덴의 정치와 복지제도가 실제 사람들의 삶과 생각 속에 어떻게 녹아 들어가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서 '아직 멀었구나' 하는 아득한 느낌과 동시에 '이런 것은 해볼 만하겠다'는 의외의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한국이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계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다니엘손 대사는 '성평등'을 뽑았다.

"스웨덴 시스템의 핵심은 '평등' 정신이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과 정치적/사회적으로 동등한 기회와 보상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웨덴 사회의 변화도 거기에서부터 시작했고,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미투' 운동을 통해 남성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현 시점에, 그의 말은 되새겨봄 직하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억눌러온 여성들을 포함한 소수자들의 목소리, 그들의 힘과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와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을 지난 5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한빛비즈 펴냄) 공동 저자인 라르스 다니엘손 EU 스웨덴대표부 대사와 박현정 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 ⓒ프레시안(최형락)


스웨덴과 한국, 다르지 않다

프레시안 : 책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에는 10살 꼬마부터 정치에 도전하는 할머니, 동성결혼 1호 커플, 두 아이를 키우는 부부,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등 스웨덴 사람 15명의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박현정 : 스웨덴 대사관에서 홍보기획 업무를 맡아 29년을 근무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외에 글 쓰고 말하는 재주는 없어 '내가 무슨 책을'이라고 했다가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쓰려고 하니,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래서 직업의식을 발휘해 '어떻게 기획할까?'를 고민했고, 주한대사로 강연이나 행사에 적극적이었던 라르손 다니엘손 유럽연합 스웨덴대표부 대사와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 의견을 교환한 뒤 공저하게 됐다.

다니엘손 대사는 주한대사로 한국에 오기 전 스웨덴 총리실 국무수석으로 국가의 기획조정을 총괄했다. 국무수석은 스웨덴 최고위정무직 공무원으로 모든 정부 부처의 업무에 대해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다. 따라서 스웨덴의 여러 정책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스웨덴은 군주국가이기 때문에 총리실은 한국의 청와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편집자)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는 그래서 스웨덴을 좀 아는 한국 사람의 관점과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스웨덴 사람의 관점이 더해진 책이다.

프레시안 : 한국 사람들에게 스웨덴은 이상적인 나라이기도 하지만 먼 나라이기도 하다.

다니엘손 : 그렇다. 하지만 2011~2015년까지 4년 동안 주한대사로 생활하면서 스웨덴과 한국은 유사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스웨덴은 2~30년 전 '어떻게 하면 남녀노소 모두가 결속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 한국도 과거 스웨덴이 직면한 문제들-성평등, 일자리, 육아 및 교육, 복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나. 스웨덴과 한국, 한국과 스웨덴의 고민이 절대 다르지 않다.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다

▲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라르손 다니엘손·박현정 지음, 한빛비즈 펴냄). ⓒ한빛비즈

프레시안 : 박현정 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이 보기에, 한국과 스웨덴의 차이점이 있다면?

박현정 : 한국과 스웨덴의 가장 큰 차이는 '합의 문화'다. 스웨덴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렇게 여러 번 회의를 하면서까지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웃음)

그럼에도 스웨덴 시스템은 이 '합의 문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다. 일부의 의견만 반영된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의 합의를 통해 만든 시스템이기 때문에 잘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스웨덴을 모든 것을 다 이룬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스웨덴 사람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능력이 있어서 좋은 사회가 된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합의한 제도를 바탕으로 국가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잘 갖춰진 시스템에서 나쁜 짓을 하기란 어렵지 않나.

스웨덴은 부과해야 하는 세금의 98.5%를 걷고 있지만, 한국은 70% 수준이다. 스웨덴의 경우 범죄 집단과 같은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구성원의 30%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30%의 사람들은 70%의 사람에게 영향을 끼쳐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대부분 한국도 스웨덴처럼 좋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랄 것이다. 우리가 복지국가 스웨덴을 보며 생각할 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좋은 사회가 됐는가' 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노하우(방법)를 알면 문제 해결이 더 쉽지 않겠는가.

다니엘손 : 스웨덴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갖추게 된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즉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 차이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 사회라고 여긴다. 스웨덴에도 부자가 있지만 스웨덴 사람 75%는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구를 기본으로 남녀 두 사람이 일해 얻은 소득을 합하면,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원하는 대로가 아닌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는 개인주의다. 이런 것이 조화를 이뤄 스웨덴이 좋은 사회가 됐다고 본다.

무엇보다 스웨덴은 '성공한 삶'에 대한 정의가 훨씬 광범위하다. 물론 한국처럼 의사나 변호사, 또는 언론인이 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스웨덴은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으며 그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소개된 17살 고등학생 세바스티앙 엥룬드는 난독증이 있지만, 그림 그리기와 도자기 빚기를 좋아해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난독증이라는 장애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과목을 잘하지 못하"지만 비난받기보다는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한다. 스웨덴은 이처럼 '성공한 삶'에 대한 기준이 다양하다. 또한 사회 전체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레시안 : 스웨덴의 칼 필립 왕자도 어린 시절 난독증을 겪었다. 한국이라면, 왕족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왕자 스스로 장애를 공개하는 일도, 또 대중이 이를 인정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니엘손 : 스웨덴 사회는 필립 왕자의 난독증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필립 왕자가 난독증을 가진 이들을 대변하는 '스피커(speaker)'로 역할을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동성애에 대한 인식도 한국과 다르다. 스웨덴 문화부 소속으로 브뤼셀에서 유럽연합대표부 문화참사관으로 근무 중인 미카엘 슐츠는 동성결혼 1호 커플이다. 그는 스웨덴에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차이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며 "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세계의 어느 나라도 스웨덴만큼 편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현정 : 한국은 자신의 어려움(장애나 성정체성)이 드러났을 때 받는 차별이 두려워 숨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스웨덴은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 '평등 정신'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 있다.

스웨덴에는 '평등 옴부즈맨(DO, Diskriminerings ombudsmannen)이라는 특별 행정감찰관 제도가 있다. 평등 옴부즈맨은 여성/남성, 장애인, 아동, 난민 등 모든 종류의 차별 행위를 감시한다.

대립하지 않고 존중한다

프레시안 : 스웨덴 사람들은 합의 문화를 중시하면서도 개인주의적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복지국가는 집단주의(collectivism)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이 철저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 아닌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individualism),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니엘손 : 중요한 지적이다. 1960~80년대 스웨덴이 오늘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휘된 집단주의는 모두가 공평하고 평등하게 분배받을 것이라고 믿음이었다. 과거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졌다고 하지만, 사회적 합의로 이룬 시스템 아래에서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스웨덴 유권자의 85%는 복지제도가 현재 상태로 유지되길 바란다. 유권자의 15% 정도가 좀 더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고 싶을 때 개인주의를 발휘하는 것이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시스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 보수당이 2006~2014년까지 8년 동안 집권했지만, 성평등과 보편복지와 같은 기본적인 가치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승리를 위해 '지금은 변화할 시기'라며 새로운 걸 제시하지만, 스웨덴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스웨덴 정치인은 보수/진보할 것 없이 '현 시스템을 누가 더 잘 운영할 수 있는가'를 가지고 논쟁한다. 

▲ 라르스 다니엘손 EU 스웨덴대표부 대사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주한 스웨덴 대사를 역임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바로 그 점이 한국과 스웨덴의 다른 점인 것 같다.

다니엘손 : 스웨덴도 지난 25년간 정권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현 여당도 다음 선거 이후 야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야당의 이야기를 들으며 합리적인 태도를 보인다. 정당과 정당이 대립하기보다는 존중하는 모습이다.

유권자들도 정당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됨됨이를 보고 뽑는다. 스테판 뢰벤 총리가 사회민주당이라서 총리가 된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인성과 태도 덕에 총리가 된 것이다.

뢰벤 총리는 고아로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입양 가정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용접 기능공으로 노동조합 가입 2년 만에 간부가 됐다. 그렇게 2005년 새로 조직된 금속노조(IF메탈) 초대 위원장을 거쳐 2006년 사민당 최고위원이 됐다. 그리고 2012년 사민당 당수로, 201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과반은 실패했지만.(2014년 9월 14일 선거로 선출된 현 국회는 총 8개 정당이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전체 349석 중 사민당 등 중도좌파 진영은 과반에서 17석 모자란 158석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 스웨덴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 '복지국가'라는 큰 틀의 합의를 중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합의 자체가 없다.

박현정 :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그에 비하면 스웨덴 정치는 안정적이다. 역시 '합의 문화' 결과다. 우리도 만들어가야 한다.

협동적이고 독립적이다

프레시안 : 한국의 스웨덴의 큰 차이 중 하나가 교육이다. 한국의 교육이 경쟁적이라면,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교육은 협동적이다.

박현정 : 한국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평가인 피사(PISA) 순위가 높은 반면, 스웨덴은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스웨덴 내부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를 살펴보면, 반대다. 스웨덴 청소년들은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한국 청소년들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낀다.

스웨덴 교육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원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게 돕는다. 설령 실패해도 이를 배움의 기회로 여기며,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즐기고 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마르쿠손 페르손이 개발했으며,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스톡홀름의 한 캠퍼스에서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 예부터 자식이 곧 나의 연금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잘 키운 자식 한 명이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교육을 통한 자식의 성공을 바란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세대보다 잘 사는 자식세대가 별로 없다고 하지 않나. 스웨덴처럼 '그냥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라고 말하는 부모가 늘어난다면 어떨까? 내 아이가 남들 보기에 성공한 사람이기보다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어떨까?

▲ 박현정 스웨덴대사 공공외교실장은 1989년부터 스웨덴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3년에는 스웨덴 국왕이 자국과의 친선 및 협력에 기여한 인사에게 주는 '북극성훈장'을 수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다니엘손 : 한국 학생들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자산이다. 그렇지만 부모의 압박과 친구 간 경쟁 등 부작용도 크다. 특히 부모의 투자로 학업을 마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공해 보답해야 한다'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하다.

두 아이 모두 대학을 다녔는데, 부모인 나는 단 1센트도 쓰지 않았다. 스웨덴 대학 대부분이 국립대학일 뿐 아니라 정부 지원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도 스스로 주체가 돼 자신이 알아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전혀 바라지 않는다.

한 가정의 구성원이더라도 남자와 여자 각각이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 또 세대 간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게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관계가 훨씬 바람직하다. 이 점이 스웨덴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박현정
: 다니엘손 대사 소득이 나보다 높은데, 대학에 간 아이들에게 1센트도 안 썼다니. 등록금에 용돈에, 결혼까지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한국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부러운 일이다.(웃음)

다니엘손 : 고소득자든 아니든 스웨덴 사람이라면 교육, 의료, 연금 등 복지 혜택을 동등하게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소득자로 분류되지만, 그렇다고 평균 소득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의 세금에 의존하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내가 세금을 낸 만큼 공평하게 복지를 누리고 있다. 이런 사고 역시 스웨덴과 한국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프레시안 : 취업난과 실업난,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에 국가 차원의 수준 높은 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스웨덴처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니엘손 : 기본적으로 정부와 시스템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스웨덴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부패가 적은 편이다. 반면 반부패에 대한 국민의식은 높다. 부패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부패를 저지를 경우 실상이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스웨덴에도 '삼성'과 같은 재벌인 '발렌베리'가 있지만, 경영 방침이나 노조를 대하는 태도 면에서 한국과 다르다. 그래서 노조 활동 역시 대립적이지 않다. 특히 스웨덴 노조는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민주주의다. 흔히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코뮤니즘이라고 생각하는데 스웨덴 노조는 그렇지 않다. 나 역시 공무원노조에 가입한 노조원인데,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포함해 스웨덴 노동조합 가입률은 75%다.

스웨덴은 은퇴한 노동자나 나이든 노인을 위한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데, 올해 99살인 장모는 평생 주부로 살았지만 복지 혜택을 풀타임으로 받고 있다. 청소와 요리를 해주고 건강까지 살펴주는 이들이 하루에 다섯 번씩 방문한다. 개인이 부담하는 돈은 월 1200크로나(15만 원)에 불과하다.

박현정 : 하루에 다섯 번? 가족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 스웨덴 구스타브스베리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 ⓒ박종규


프레시안 : 스웨덴도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등장하는 등 정치적 보수화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유학생들이 스웨덴 내 인종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 사회 난민 유입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다니엘손 : 스웨덴이 최근 마주한 가장 큰 문제다. 스웨덴뿐 아니라 유럽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극우정당이 확장세다. 스웨덴민주당의 경우, 2010년 10석으로 의회에 입성한 이래 2014년에는 제3당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앞서 일부 시민들의 개인주의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스웨덴민주당이다.

2015년 스웨덴으로 유입된 난민은 16만3000명이다. 이들이 스웨덴 시스템에 적응하며 직장을 구해 정당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구성원이 되기까지 적어도 3~4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종 정착 이전에 난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하위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실업과 교육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로 인해 난민들이 스웨덴 사회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정치적으로라도 이들의 정착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 남녀평등이 핵심이다

프레시안 :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스웨덴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이루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박현정 : 어려운 문제다. 스웨덴은 100년 전만 해도 인구의 3분의 1이 미국으로 이민 갈 정도로 가난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상황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스웨덴과 비교하면, 한국은 정말 빨리 발전했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방향 설정은 잘 된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라며 조급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하다. 제도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스웨덴 육아휴직 제도 '아빠의 달'은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되는데, 12년이 걸렸다. 한국 '아빠의 달'은 이제 시작 아닌가.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다니엘손 : 스웨덴 시스템의 핵심은 '평등' 정신이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과 정치적·사회적으로 동등한 기회와 보상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웨덴 사회의 변화도 거기에서부터 시작했고,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은 '평등'이라고 말해주고 싶다.(웃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