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 깨끗한 물 위해 돈벌이 포기하는 재벌 없을까?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위해 돈벌이 포기하는 재벌 없을까?
[함께 사는 길] "바다가 사람들을 부양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2018.02.17 12:20:35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위해 돈벌이 포기하는 재벌 없을까?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이고 싶다."

1994년 작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에서 경찰 223(금성무)의 대사다. 그는 실연의 고통을 '1만 년 유통기한'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비유법은 분명 과장된 표현이지만, 때로 과장된 표현은 절절하고 애틋한 심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도 그런 경우다.

시인 백거이가 29살에 황제의 친시에 합격한 이후 지은 시가 장한가인데, 맨 마지막 구절이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가 나온다. 그 뜻을 보면 '하늘과 땅은 유구하돼 그 끝이 있지만, 그 사랑(한)이야 끝일 때가 없다'로 풀이된다.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 사이가 얼마나 뜨겁고, 애절했으면 하늘과 땅이 없어져도 두 사람의 사랑은 그 끝이 없다고 노래했을까.

현실에서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은 폐륜이자 비극이었다. 백거이는 이를 과장된 표현을 섞어서 황제와 절세가인의 사랑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1990년 유덕화와 오천련 주연의 영화 <천장지구(天長地久)>(두기봉 감독) 역시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천장지구>의 원제목은 '천약유정(天若有情)'인데 '하늘도 정이 있다면'으로 해석된다. '천약유정'도 중국 당나라 시인 이하의 시에서 따온 문구지만, 영화 내용을 봤을 때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천장지구'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영화 <천장지구>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뒷골목 건달과 부잣집에서 금지옥엽 곱게 자란 아가씨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013년 작 <서유기 : 모험의 시작>도 중국 고전을 이용한 사랑 이야기다. 영화는 익히 알고 있는 손오공이 주인공이 아니라, 서유기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삼장법사의 탄생, 아니 각성을 주요 테마로 설정하고 있다. 더벅머리 승려인 진현장(문장)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퇴마 행을 벌인다. 그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아동용 <동요 300수>라는 허접스러운 법서(?)를 믿고 있는데, 이 때문에 요괴를 퇴치하기보다 번번이 당하기만 한다. 그럴 때마다 퇴마사 단소저(서기)가 그를 도와준다. 현장은 단 소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오정, 저팔계를 제압할 수 있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차원적 각성


단소저는 어리바리 하지만 순수한 진현장의 매력에 결혼하자고 여러 작전까지 짜가며 매달린다. 진현장은 단소저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면서도 승려이기 때문에 이를 매정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진현장은 제천대성 손오공을 교화하라는 스승의 명에 따라 손오공이 500년 동안 갇혀 있는 오지산으로 가지만, 오히려 손오공의 꾀에 빠져 결계를 풀어주고 만다. 현장이 광란의 손오공에게 머리카락을 뽑히며 죽기 직전까지 갔을 때 단소저가 나타나 대신 죽음을 맞이한다.

진현장은 죽어가는 단소저를 끌어안고 "처음 볼 때부터 사랑했노라, 당신을 천년, 만년 동안 사랑하겠노라" 눈물을 흘리며 읊조린다. 단소저는 "만년, 그건 너무 길어요. 이 순간만이라도 사랑해 줘요"라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영화는 단소저의 죽음을 계기로 <동요 300수>가 사실은 <대일여래진경>이고, 이를 통해 현장이 손오공을 제압해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세속적인 사랑의 아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고차원적으로 각성했다고 할까.

죽어가는 단서기의 마지막 대사 "만년, 그건 너무 길어요. 이 순간만이라도 사랑해 줘요"는 20년 전 금성무의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이고 싶다"의 드라마틱한 화답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감독도 이를 염두에 뒀을 것 같다. 이 영화의 감독은 <소림축구>, <쿵푸 허슬>, <서유기 월광보합 시리즈>의 주연인 주성치다. 그래서 영화 곳곳에 주성치 특유의 코믹함과 애잔함이 묻어난다. 뭐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때까지 영화화된 서유기 중에 '톱'으로 꼽을 만하다.

▲ <미인어>(주성치 감독, 2016) 포스터.

주성치 감독이 2016년 선보인 작품이 <미인어(美人漁)>다. 개봉 당시 중국에서 33억 위안(한화로 약 5610억 원), 누적 관객 수 1억 명 돌파 등 중국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갱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개봉했지만, 개봉 열흘 동안 누적관객 4000명에 그쳤다. 영화는 '인어 전설'을 주요 모티브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 전설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어서 <스플래시>(론 하워드 감독, 1984)처럼 이를 영화한 작품이 많다. 인어 전설 중에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와 독일 라인강 로렐라이에서 뱃사람을 홀려 배를 침몰시켰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중국에서는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서 인어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도 전해진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친형인 정약전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인어 생김새를 기준으로 5종으로 구분해 놓았다.

인어의 미인계 작전

인천의 장봉도 선착장에는 인어상이 세워져 있다. 어느 날 어부들의 그물에 인어가 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머리가 긴 여성 인어였다고 한다. 뱃사람들은 그 인어를 측은히 여겨 바다로 돌려보냈고, 덕분에 며칠 동안 만선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청동으로 제작된 장봉도 인어상은 유난히 가슴 부분만 번득이는 게, 짓궂은 관광객이 많은가 보다. 인어상이 관능적(?)으로 제작된 영향도 있어 보인다.

주성치 감독의 영화 <미인어>는 1994년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인어 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주성치 사단 배우들이 등장해 특유의 개그를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공장 매연, 열대 우림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벌목, 공장 폐수, 기름에 찌든 새, 돌고래 사냥으로 핏빛으로 물든 바다를 첫 장면으로 보여준다.

자수성가로 돈밖에 모르고 바람둥이인 부동산 재벌 류헌(덩차오)은 청정지역 '청라만'을 시가의 3배를 들여 사들였다. 극비리에 청라만을 매립해 대규모 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청정지역인 만큼 '어류보호구역'으로 설정돼 돌고래 등 보호어종이 살고 있지만, 류헌의 사업 파트너 약란(장우기)은 강력한 위력의 소나 수십 기를 설치해 이들을 쫓아냈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수법이다.

문제는 청라만에 인어들이 살고 있다는 것. 이들은 인간의 사냥과 전쟁, 난개발과 환경오염을 피해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인 이곳에 숨어들었다. 그러나 소나 때문에 죽거나 다친 인어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들은 류헌을 꾀어내어 복수하고 청라만 개발을 막아 볼 생각으로 가장 예쁜 인어(미인어) 산산(임윤)을 보낸다.

우여곡절 끝에 류헌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끌어들인 산산. 그녀는 다른 인어들이 류헌을 죽이려 할 때 그를 살려준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도 사랑의 힘이니 말이다. 류헌도 돈밖에 모르는 자신의 주변 여자들과 달리 순수한 영혼의 산산에게 끌리고, 질투심과 돈벌이를 위해 인어를 잡으려는 약란 일행에 맞서 총에 맞아가면서도 산산을 지켜준다. 영화는 "세상에 돈만큼 중요하게 없다"던 류헌이 "맑은 공기, 깨끗한 물 한 방울이 없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소용없다"는 산산에게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어른을 위한 동화, 그러나 현실은?

영화 <미인어>는 화려한 CG를 장착한 '어른을 위한 동화'다. 그러나 현실에서 류헌처럼 환경 보호 때문에 돈벌이를 포기하는 재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인천 서해에 영화 <미인어>에서 등장한 '청라만'과 비슷한 이름의 '청라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매립돼 사라졌다. 세계 3대 갯벌로 불리는 우리나라 서해는 무수한 간척사업과 흐름을 막는 하굿둑 등으로 상처가 심하다.

인천공항 공사 당시 한 어민은 "이 넓은 바다를 일부 메꾼다고 별일 있겠느냐?"고 했지만, 공사 후 바다가 심하게 앓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처장은 "바다가 사람들을 부양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지구를 지켜라>(이철재 지음, 꿈결 펴냄))고 지적할 정도다.

영화에서 소나를 사용해 보호어종을 쫓아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잠수함 등에서 사용하는 소나는 고래가 해안가로 좌초 또는 스트랜딩(Stranding)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고래전문가인 <한겨레> 남종영 기자에 따르면, 소나 원인 설은 2001년 미국 해군과 해양대기청(NOAA)도 인정했다고 한다.

바다 쓰레기 문제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조사에 따르면 북태평양에 한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한다. 이런 해양쓰레기의 90퍼센트는 플라스틱 계통으로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통해 해양생물에게 축적된다. 그린피스는 매년 약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된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도 문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현 환경부 차관)의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21세기북스 펴냄)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물고기의 성비가 바뀐다는 연구도 있는데, 수온이 4℃ 오르면 대서양 실버사이드류 치어 98퍼센트가 수컷이 된다는 분석이다. 아마도 바다가 이런 상태면 인어가 있어도 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는 결국 사람이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명과 그들의 터전을 그저 돈벌이 수단이 아닌 생명 그 자체로 보는 인식과 함께 말이다. '함께 살자'의 대상은 사람을 포함한 지구 전체에 해당하니 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leecj@kfem.or.kr 다른 글 보기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