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BS 이사 해임 절차 착수...정상화 물꼬 트나
방통위, KBS 이사 해임 절차 착수...정상화 물꼬 트나
감사원, 방통위에 법인카드 유용한 KBS 이사들 인사 조치 권고
2017.11.26 16:46:49
업무추진비를 유용한 한국방송공사(KBS) 이사들에 대해 감사원이 해임 권고를 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야권 이사를 최소 한 명 해임해도 이사진 내 균형추가 여권으로 기울어져 고대영 사장을 교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만큼, 80일 넘게 장기화되고 있는 파업 사태도 곧 해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24일 KBS 이사진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전체 11명 가운데 이미 퇴직한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 모두에 대해 "비위의 경중을 고려해 해임건의 또는 이사연임추천 배제 등 적정한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하라"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 등에 사용하거나 사적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시간, 장소, 용도에 사용하고도 객관적인 증빙자료 제출이나 소명을 하지 못해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집행 감사요청사항' 감사보고서를 24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KBS 이사들은 법인카드를 △개인적 식사비·음료구입비 511건(351만 3890원), △개인사용 목적 물품·식품 구입비 22건(229만 3990원), △단란주점 이용대금 4건(186만 원), △음반 구입비 12건(143만 1055원), △동호회 회식 등 사적 모임 식사비 8건(111만 2천 원) 등 사적 용도 집행이 제한된 곳에 썼다.

감사원은 각 이사별로 유용 금액을 밝히되, 이름은 영문 이니셜로 표기했다. KBS 새노조가 감사원 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금액이 가장 큰 이사는 차기환(448만7730원) 이사였고, 강규형(327만3300원), 조우석(177만8580원), 김경민(164만2000원), 이원일(23만4000원), 전영일(22만6000원), 변석찬(5만200원), 이인호(3만700원), 권태선(3만1300원) 이사 순이었다. 전영일, 권태선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모두 야권 추천 이사다.

차 이사는 KBS로부터 휴대폰을 지급받고도 추가로 휴대전화 단말기 등을 업무추진비로 따로 구입(86만2000원)했고, 액정파손 수리비용 역시 이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녀 학원과 본인 사무실 인근 카페 등에서 개인적인 식사비, 음료구입비를 지출 한 사실도 발각됐다.

애견 동호인 행사에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강 의사는 동호인 회식비 결제, 카페 이용, 개인적인 해외여행에서의 식사·음료비 지급 등 유용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이사장은 법인카드 '집행 금지 위반' 용처에 쓴 내역은 3만 원가량에 그쳤으나, 사적 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이사장은 161회에 걸쳐 총 2821만8000원을 사적 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시간, 장소, 용도 등에 집행하면서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소명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금액은 KBS 관계자에게 명절 선물을 주거나 자택 인근, 주말·공휴일 식사비로 집행됐다.

이번 감사 결과는 그간 KBS 이사진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됐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을 소명하고 이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내렸다는 점에 우선 의의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KBS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감사원이 업무추진비를 유용한 혐의가 드러난 KBS 이사들에 대해 해임을 건의함에 따라, 유용 규모가 가장 큰 강규형, 차기환 이사 등에 대해 해임 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 가운데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은 한 명뿐으로, 전체 회의에서 표결을 부칠 경우 이사 해임 제청안이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S 이사회 구도는 여야 5대6이다. 야권 이사 최소 한 명에 대해 방통위가 해임 제청하고 이를 청와대가 받아들이면, KBS 이사진 구도는 역전된다. 이렇게 되면 노조가 총파업 목표로 내세운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이 가능하다.

MBC 또한 이사회 역할을 하는 방송문화진흥회 내 여야 구도가 3대6에서 5대4로 바뀐 이후부터 신속하게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었다. KBS 또한 이사진 재편만 이뤄지면 MBC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정상화될 전망이다.

KBS 내부에서는 벌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감사원 발표가 있던 24일 KBS 경영직군 부장·팀장 25명은 "나로 인하여 적폐 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우리로 인하여 부조리의 시대가 연장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참아내지 않겠다"면서, "고대영 사장의 퇴진만이 흐트러진 조직을 하루빨리 안정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우리는 스스로 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KBS 본부 측은 감사원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방통위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감사원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면서 "이인호 이사회를 해체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통해 고대영 사장을 KBS에서 쫓아낼 때까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기자 naeor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