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가슴 저미는 역사
만화로 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가슴 저미는 역사
[프레시안 books] <풀>
2017.08.15 10:37:55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다. 일제에 의해 성노예로 끌려간 김학순 할머니가 이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한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하마터면 잊힐 뻔했던 잔혹한 일제의 만행은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이들을 조명한 작가들의 노력 덕분에 재조명됐다. 

만화가 김금숙 작가의 장편 <풀>은 또 다른 우리 할머니의 피해 사실을 다룬 다큐멘터리형 만화다. 여러 매체 형식을 통해 우리 피해 할머니들을 조명한 작품이 많았으나, 장편 만화로 이 사건을 다룬 작품은 <풀>이 처음이다. 한편으로 성노예 문제는 지금도 우리 생각만큼 대중화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김금숙 작가는 지난 2014년 세계적 만화 페스티벌인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다룬 '지지 않는 꽃' 전시에 단편 만화 <비밀>을 선보였다. 

이 만화는 작가가 성노예 피해자인 이옥순 할머니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을 취한다. 할머니의 회상을 통해 일제 강점기 부산의 평범한 아이가 술집으로 팔려간 시절부터 중국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지내야만 했던 시간, 전쟁이 끝나 고향으로 되돌아온 후의 일생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작가가 직접 만화에 개입해 할머니와 대화하는 장면이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이야기를 전환하는 장치로 삽입되었다. 

▲<풀>(김금숙 만화, 보리 펴냄) ⓒ프레시안

작가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는 연출은 담담함을 유지하는 이야기 톤, 흑과 백으로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먹그림과 함께 이 작품 최고의 미덕이다. <풀>은 결코 독자에게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그림과 정갈한 대화체 안에 독자가 잊지 않아야 할 기운을 살포시 담아뒀다. 

특히 여성 작가의 시각은 이 작품에서 더 중요하다. <풀>은 본 작품이 끝난 뒤 일제 성노예 문제 전문가인 중국위안부문제연구센터 윤명숙 박사의 글을 통해 이 문제가 단순히 친일 청산 문제를 넘어, 우리 안의 가부장적 성차별 의식 극복을 위한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점을 독자에게 알린다. 

본편에서도 이 같은 시각은 강조되는데, 덜컥 주어진 해방 후 이옥선 할머니의 삶을 조명하는 대목은 특히나 위안부 피해가 한 사람의 일생에 걸쳐 이어졌음을 새삼 실감케 한다. 

일제 강점이 끝난 지 15일로 72년이지만, 여전히 한일 역사 청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성노예 할머니를 향한 일본 정부의 멸시와 반감은 아직 여전하다. 우리 역사의 소중한 증인이자, 사람을 위한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운 선생으로서, 무엇보다 평화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장본인으로서 누구보다 중요한 이들 할머니의 목소리에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풀>이 지닌 가장 중요한 의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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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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